[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바다는 바다끼리 어울린다/동해바다 서해바다와/물을 가르는 폭풍의 열기 속에/태평양과 대서양의 바다가 어울려/저 우람한 격정을 삭히다//때론 분노하고 할퀴며 위로하면서/피안에 닿는 저 물 사위/세상이 하나라며/저리도 아우르며 아득한 창세기/밀물져 오는 하나님의 바다//한생의 비명이 저 파도의 무리/오늘도 우주에서 하나가 되어/나의 허파로 다독이며/푸른 숨을 쉬어 생명을 푸른다 - 「창세기 바다」 -
가지런히 두 손 모아 너를 기다린다/행여 오는 길에 비바람 맞을까봐/내내 설레어 보며 마음 두면서/햇살 두른 너의 미소 하나 그리며/나 이제 사랑하리라/너의 빈 그림자도 나에게는 행복이야/세상 하늘 모든 언어 고운 빛으로/너의 침묵 안에 피울 수 있도록/누구보다 너의 애린 마음 달래주리라/ 깊은 샘이 되어 너의 곁에서 - 「기다림」 -
차운 가을바람 입김 소리/카아시아 잔허리 휘어 쥐고/까르르 눈물 젖는 웃음보/든홒은 하늘 위에/그려 놓은 삶의 무게들/빠른 걸음으로 달리는데//숲속 청아한 울음소리/여름 따라 갔을까/비워가는 여름의 단상 위에/겸손한 가지들의 침묵이여//9월 하늘 가득히/통통한 알곡을 키워가는/부지런한 농심의 땀방울도/가슴 안에 심어온 기쁨도/풍요로운 들녘에서 익어갔다 - 「9월의 노래」 -
『창세기 바다』
김선례 지음 | 빛 펴냄│152쪽│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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