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칼럼] 성장이란 무엇인가?
[박흥식 칼럼] 성장이란 무엇인가?
  • 박흥식 논설위원
  • 승인 2019.09.16 08: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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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논설위원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박흥식 논설위원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독서신문] 인간의 성장에 관심을 가져봅니다. 어린이는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식물도 씨앗에서 나무로 성장합니다. 성장이란 무엇일까?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고, 병아리가 닭이 되며, 어린나무가 성장해 장송과 고목으로 성장합니다.

성장이란 키가 자라고 몸이 커가는 것입니다.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씨앗에서 나무로 변화하는 것이지만 성장은 단지 몸통이 변하는 것뿐이 아닙니다. 몸이 변하는 만큼 마음과 영혼도 함께 변화해야 합니다.

성장은 사회가 정해준 시간과 어른의 규격에 크기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볼 준비가 돼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입니다.

성장이란 홀로서기 할 수 있도록 인생의 모든 문제에 기꺼이 나서겠다는 용기 속에서 가능해집니다. 우리가 만약 나이만 찬 상태로 성숙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나이 든 뒤에야 후회를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영화나 문학작품 속에서 성장이 멈춘 어른들과 비정상의 인물들을 만납니다. <밴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두 작품 모두 성장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어른’의 초상을 다룹니다. 흥미롭게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이 작품에는 제1차 세계대전 말 뉴올리언즈에서 80세의 외모를 가진 사내아이가 태어납니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12살이 되어 60대의 외모를 가진 그는 어느 날 6살 소녀 데이지를 만난 후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잊지 못하게 됩니다. 청년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 벤자민은 숙녀가 된 데이지와 만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비로소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벤자민은 날마다 젊어지고 데이지는 점점 늙어가는 서로가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갈등을 느끼고 아픔도 느낍니다.

인간의 성장 속도가 영혼의 성숙과 반대로 흐른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혼돈인지 작품은 말합니다. 성장과 성숙도가 반대로 교차하는 인간들이 공감을 얻기 위해 분투하고 현실에서 정상적인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지 은유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신경과 전문의였던 올리브 색스의 작품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는 아직도 자기가 20대인 줄 알고 살아가는 50대 남성의 이야기, 몸이 기울어져 있는데도 스스로는 바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맥그레그씨의 이야기 등 정말 기묘하면서도 특이한 정신병자들의 진료기록으로 가득합니다.

그 첫 번째 진료기록부의 대상자는 바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고 아내를 집어서 자기 머리에 쓰려고 하는 P라는 환자입니다. 그는 오랫동안 유명한 성악가로 활동하였고 지금도 멋지게 피아노를 연주해내는 음악 교사이자 멋진 노신사인 그가 가끔 자신의 발을 신발로 착각을 하고 자신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을 하는 겁니다. P씨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P씨는 모든 사물을 추상적인 동시에 보편적으로만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P씨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각기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눈은 사물을 보고, 코는 냄세를 맡고, 입은 말을 하고, 귀는 소리를 듣는다는 보편적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어느 것이 귀이고 코인지 알아내지 못합니다. 모자는 머리에 쓰고 외출할 때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보편적인 사실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것이 모자이고 신발이고 머리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외출할 때 모자와 아내를 구별할 수 없기에 아내의 머리를 집어 들어 머리에 쓰려고 합니다. 이 책이 전하는 은유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스꽝스러운 동시에 무서운 비유일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의 인지신경학과 인지심리학은 P선생의 모습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P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인지 과학 역시 P선생과 마찬가지로 ‘시각인식불능증’에 걸려 있는 것이다.”

P선생의 사례는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에게 던지는 하나의 경고이자 우화일 수도 있습니다. 판단이나 구체적인 것, 개별적인 것을 등한시하고 완전히 추상적이고 계량적으로 변해가는 세상 현상들이 장차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경고 말입니다. 성장이 멈춘 어른들. 왜 이들은 인간으로서 성숙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가? 많은 사람이 시간을 하찮은 것으로 무심히 흘려보냅니다.

이 땅의 많은 청춘이 시대의 아픔을 말합니다. 이 힘겨운 순간들을 몰려다니고 술 마시고 노래하며 아픔을 삭이는 것으로만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하고 자위합니다. 탈법 불법 편법이 난무하는 세상과 인생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는 삶, 정의와 공정함이 무너지고 공직자나 지도층의 비도덕성과 윤리 인식에 개별적 이해관계와 이념적 투쟁들만 넘쳐납니다. 이 지엄한 뜨거운 순간들을 어떻게 사소하다고 할 수 있을까?

성장이란 스스로 마음에 질문을 던지는 일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소한 현상에 의문을 가지고 답을 구하는 질문의 수가 늘어가는 것입니다. 몸은 커져 가지만 마음의 그릇이 함께 늘어나지 않는다면 결코 성장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선과 악, 양심과 윤리가 격돌하는 순간들을 경험하고 선택의 결과에 자신이 떳떳이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성장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 오늘날까지의 역사, 다시 말해서 과거라는 것을 지니고 있으며 연속하는 역사와 과거가 각 개인의 인생을 이룹니다. 우리는 누구나 우리의 인생이야기, 내면적인 이야기를 지니고 있으며, 그와 같은 이야기 속에는 각자가 가진 시간의 영속성과 성장의 의미가 존재합니다.

성장이란 마음의 성숙, 즉 감정과 이성의 성숙함이 깃들어야 진짜 성장을 이룬 것입니다. 사회적 인간이 홀로 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타인과 교류하고 영혼의 편안함과 공감의식을 느낄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이 성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나와 타인의 마음에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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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현 2019-09-17 16:30:15
사회나 다른 사람들이 정해준 시간이나 규격에 크기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볼 준비가 돼 있을 때 비로소 성장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신적 성숙이라는 것은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사고방식이 나아가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저도 생각했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이렇게 두 작품을 소개해주셨는데 두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해주신 것을 보니 꽤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두 작품 모두 읽어보고싶습니다. 두 책들에서는 성장과 성숙도가 반대로 교차하고있는데 그렇게되면 어떤것이 안 좋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칼럼을 읽으면서 아직 청소년인 제가 어떻게 성장해나가야하는지를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