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르네 데카르트 철학의 정수 『방법서설-정신지도규칙』
[책 속 명문장] 르네 데카르트 철학의 정수 『방법서설-정신지도규칙』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9.14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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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연구의 목표는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견고하고 참된 판단을 내놓도록 정신을 지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종종 두 사물에 어떤 유사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 심지어 그것들이 실제로 서로 다른 것일 경우에도, 그 둘 중 하나만 참이라고 인정했던 것을 두 사물에 모두 적용하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적으로 영혼의 인식에만 성립되는 학문들과 어떤 신체적인 연마와 소질을 요구하는 기예들을 부당하게 대비시키는 짓을 자행하고 있다. 그들은 한 사람이 모든 기예를 습득할 수 없고, 오히려 한 가지 기예에만 전념하는 사람이 보다 쉽게 훌륭한 장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 인간의 손이 농사 활동이나 하프 연주 혹은 이와 유사한 여러 활동에 종사하는 것은 그 가운데 한 가지 활동에만 종사하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학문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이들에 따르면, 학문들은 그 대상의 상이성에 따라 서로 분리될 수 있고, 그래서 다른 학문을 고찰함이 없이 오직 그 하나만을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학문은 인간의 지혜와 다름없고, 지혜가 비록 여러 상이한 대상에 적용된다고 해도 그것은 언제나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빛이 여러 다양한 대상들을 비춘다고 해서 그 빛이 다른 것이 아니듯이, 학문들도 서로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신을 한계 지어 제한시킬 필요가 전혀 없다. 어떤 한 진리의 인식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한 기예를 연마하는 경우처럼 다른 진리를 발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발견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이상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물의 생식력, 별들의 움직임, 광물의 변형 혹은 이와 유사한 학문의 대상에 대해서는 면밀히 연구하고 있는 반면에, 좋은 정신 혹은 보편적 지혜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다른 모든 것은 그 자체로가 아니라 지혜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가치를 갖고 있는 것임에도 말이다. <19~20쪽>

『방법서설-정신지도규칙』
르네 데카르트 지음│이현복 옮김│문예출판사 펴냄│40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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