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페르소나’... 조국·장제원이 지탄받는 진짜 이유
‘그들의 페르소나’... 조국·장제원이 지탄받는 진짜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9.10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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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무자식 상팔자.” 평생 자식을 낳지 않는 것이 상급 팔자라는 말이 최근 자주 입길에 오른다. 여러 정치인이 자녀 문제로 곤욕을 치르면서다.

최근 단연 주목받는 사안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이다. 조 장관의 딸은 고려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논문 1저자, 면학 장학금, 허위 표창장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아들 역시 고등학교 재학 중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에서 전례 없는 ‘인턴십 활동 예정서’를 발급받고 실제로는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달간 인턴으로 활동하면서 논문을 작성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단독 저자가 대부분인 법학 논문에 고등학생이 참여했다는 주장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덩치를 키우고 있다. 조 후보자가 장관이 되기까지 제기됐던 숱한 의혹 중에서도 자녀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청문회에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그런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자녀들에게 주식·펀드 가르치는 것을 동물의 왕국이라 비판한 분이 자녀들에게 5,000만원씩 증여해 펀드를 운용했는데, 그럼 조 후보자 가족은 맹수의 왕국인가”라고 매섭게 몰아세웠다. 하지만 청문회 이튿날 장 의원의 아들 래퍼 노엘이 음주운전 혐의(면허 취소 수준 )로 입건되면서 비판 여론이 장 의원에게 쏠렸다. 아들 래퍼 노엘의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으로 2017년 당시 바른정당의 대변인직과 부산시당위원장직을 내려놓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아들 문제로 곤경에 처한 것이다. 이후 노엘이 교통사고 피해자를 금품으로 회유하려 했고, 지인을 운전자로 내세운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국회 안팎에서는 장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이처럼 자식 문제는 정치인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과거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안정적인 우세를 점하던 이회창 후보는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으로 민심이반을 겪으면서 노무현 후보에게 밀려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후 이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은 무죄로 판명 났으나, 대선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자녀 문제로 낙선한 대표적인 경우다. 2014년 정몽준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상황에서 당시 정 후보의 아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현장 방문을 비난한 여론을 두고 “다른 국가 사례와 달리 우리나라 국민은 대통령이 가서 수색 노력을 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를 한다”며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고 말해 비난 여론에 불을 붙였다. 정 전 의원은 급히 사과했으나 여론은 싸늘했고, 결국 낙선했다.

누군가는 말한다. 자녀 문제는 개인 도덕성과는 별개의 문제 아니냐고. 하지만 아직 ‘개인’보다는 ‘공동체’,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정치인과 그 가족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그 둘을 같은 잣대로 판단할 나름의 근거도 있다. 자녀가 부모의 영향력에 기인한 각종 특혜를 받지 않았다고 단정 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 장관의 자녀들만 해도 고등학생 신분으로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일반 학생은 갖은 노력을 다해도 얻기 어려운 장학금 혜택을 “요청하지 않고”도 누릴 수 있었던 건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민정수석이었던 아버지와 교수 어머니가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세계적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리처드 리브스는 책 『20 VS 80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중상류층은 다른 이들을 착취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해서 지위를 획득한다. 하지만 현 세대에서의 소득 격차가 다음 세대에서 기회의 격차가 된다면, 경제적 불평등은 영속적인 계급격차로 고착된다”고 말한다. 이어 “중상류층이 지금의 지위를 열린 경쟁을 통해서만 얻은 것은 아니다. 기회를 사재기하는 데도 열심이었다. 유한하고 가치 있는 기회에 불공정한 수단으로 접근하면서 다른 이들의 접근을 막는 것”이라며 “우리가 기회를 사재기하면 우리 아이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아이들은 기회가 차단돼 피해를 본다. 우리 아이가 동문 자녀 우대로 대학에 가거나 연줄로 인턴 자리를 잡으면 다른 아이들은 그만큼 기회가 줄어든다”고 비판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자녀는 부모의 페르소나(가면 )라고. 자신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사람일지라도 자녀에게만큼은 치장된 껍질 속에 자리한 본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고 자녀는 오랜 시간 그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양육을 ‘자식 농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자식을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자녀 문제로 정치인을 비판하는 건 과도한 잣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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