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부모님께 물려받은 천성이 워낙 막무가내인지라 손해만 보고 살았다.<9쪽>
도대체 학교에 와서 뭘 배우는 거야, 저런 녀석들은! 기껏 학교에 와서 거짓말이나 하고, 사람을 속여먹고, 다른 사람 뒤에 숨어서 욕이나 하고, 이따위 장난질이나 하는데, 저런 것들도 나중에 졸업장 받고 ‘나 학교 나왔네’하고 큰소리치고 다닐 테니, 참.<62~63쪽>
대책이 안 선다고 질 수는 없다. 내가 솔직하기 때문에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는 거다. 하지만 결국 이 세상에선 정의가 반드시 승리를 거두게 되어 있다. 오늘밤 안으로 못 이기면 내일 이긴다. 내일도 이기지 못하면 모레 이긴다. 모레도 이기지 못하면 하숙집에 도시락을 싸달라고 부탁해서 승리할 때까지 이곳에 있을 것이다.<68쪽>
생각해보니 세상일들은 모두 이런 학생 놈들 짓거리에서부터 자라난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 잘못을 뉘우치고 사죄하는 것을 곧이듣고 용서하는 것은 물정 모르는 바보들이나 하는 짓인 거다. 좋다, 거짓으로 사과하는 것이면 거짓으로 용서하면 된다. 정말로 끝까지 사죄를 받아내야 될 일이라면 말 대신에 두 눈에서 눈물이 쏙 빠지도록 흠씬 두들겨 패주어야 한다.<166쪽>
“나는 도망친다거나 숨는 치사한 짓은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오늘 밤 5시까지는 항구의 미나토야에 있을 것이다. 할 말이 있거든 경찰을 보내든지 마음대로 해라.”
거센 바람이 말하기에 나도 한마디했다.
“나도 도망치거나 숨지는 않을 것이다. 홋타 선생과 같은 장소에 있을 테니 경찰에게 고발하려거든 마음대로 해라.”<204쪽>
나는 솔직 담백한 성격으로 내게 맡겨진 일만 잘 처리하면 됐지 후세에 이름을 떨치고 싶은 욕심은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지금 죽는다 해도 그다지 미련이 남는 구석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죽어 없어지고 싶진 않다. 아니, 절대로 지금 죽기는 싫다. 죽는다는 게 이렇게 끔찍이 싫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빗줄기는 점점 가늘어졌지만 외등을 싼 헝겊은 완전히 젖어 축축하다.<232쪽>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 오유리 옮김│문예출판사 펴냄│304쪽│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