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61세 이상 자살 원인 1위 ‘육체적 어려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61세 이상 자살 원인 1위 ‘육체적 어려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09.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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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보건복지부 '2019 자살예방백서']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의 첫 구절이다. “저것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이 문장은 최근 한국 사회의 심각한 ‘노인 문제’를 지적할 때 흔히 인용되곤 한다(참고로 이 시는 인용 의도와는 달리 ‘노소(老少) 갈등’을 주제로 한다).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건물 입구에서 부부인 7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아파트 19층 복도 창문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부는 각각 위암과 심장 질환을 앓아 통원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여성의 주머니에서 “치료가 어렵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볼 때, 건강 비관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발간한 ‘2019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노인(65세 이상) 자살률은 58.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자살자의 수는 50대(2,568)에서 가장 많았고, 자살률은 대체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살 동기는 10~30세 정신적 어려움, 31~50세 경제적 어려움, 51~60세 정신적 어려움, 61세 이상은 ‘육체적 질병’ 문제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노인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데에 정부와 지자체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복지부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분들만을 위한 자살예방정책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전반적인 자살예방정책을 통해 노인 분들의 자살예방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며 “‘노인돌봄기본(종합)서비스’ ‘독거노인친구만들기’ ‘장기요양서비스’ 등의 사업을 통해 자살 고위험군에 있는 노인 분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돌봄기본서비스의 경우 노인돌보미가 주 1회 방문, 주 2~3회 전화(폭염·한파 등 기상특보 발령 시에는 일일 안전 확인), 도시락배달 등 지역 복지 서비스와 연계해 노인들을 지원한다.

8일 발생한 자살 사건의 경우, 사망한 노부부가 복지부에서 시행하는 노인돌봄서비스 대상자였는지 여부는 현재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의 말처럼 복지부는 노인 자살 예방과 관련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노인이 건강한 노인에 비해 자살 생각을 3배가량 많이 하고, 61세 이상 노인의 자살 원인 1위가 육체적 질병임을 고려하면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자살예방책이 따로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차상의 논문 「노인자살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대안 모색」에 따르면 “건강의 악화가 노인의 자살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확인된다. 말기 질환, 고통 호소, 다양한 질병 등에서 노인의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들이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통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운동을 생활화하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며 “노후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한 의료보장제도의 개선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노인 자살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선택적이고 집중적인 자살예방을 위해서 노인 전용 전화상담서비스, 노인자살예방센터의 활성화, 지역사회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등을 보다 활발하게 진행시키는 동시에 보다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정부는 육체적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건강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지자체 역시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정책이 실제 노인들의 삶에 건강한 울타리가 돼줄 수 있도록 ‘찾아가는 서비스’에 더욱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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