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연인’ ‘올인’ ‘SBS인기가요’가 부활한 이유… ‘레트로’ 말고 ‘뉴트로’
‘파리의 연인’ ‘올인’ ‘SBS인기가요’가 부활한 이유… ‘레트로’ 말고 ‘뉴트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9.07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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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해 말 출간된 김난도 교수 외 8명의 책 『트렌드 코리아 2019』에는 올해 유행할 트렌드로 ‘새로운 복고, 뉴트로’라는 개념이 소개된 바 있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지난날의 향수에 호소하는 것이 ‘레트로’(retro : 영어 retrospect의 준말)라면, ‘뉴트로’(New-tro)란 과거를 잘 모르는 1020세대들에게 옛것에서 찾은 신선함으로 승부한다. 올해가 몇 달만을 남겨둔 지금, 실제로 ‘뉴트로’가 유행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업계에서 ‘뉴트로 열풍’은 가장 활발하다. 

‘뉴트로’ 열풍은 옛것을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최근 방송사 SBS의 유튜브 채널 ‘SBS Catch’의 ‘또보기’ 카테고리에서는 2003년 방영한 드라마 ‘올인’과 2004년 방영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새롭게 편집해 올린다. 1시간 내외의 영상을 15분 내외로 편집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옛날 드라마를 속도감 있게 전개한다. 매회 조회수가 수십만 회를 기록한다. 이는 ‘SBS Catch’의 동영상들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축에 속하며 옛날 드라마를 올리는 채널 중에서도 인기가 높다. 

유튜브 채널 ‘SBS Catch’에 게재된 드라마 '올인' [사진= 유튜브]<br>
유튜브 채널 ‘SBS Catch’에 게재된 드라마 '올인' [사진= 유튜브]

이 편집본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은 작정하고 재미를 노린 자막에 있다. 이 자막은 옛날 드라마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코믹하게 재해석한다. 예컨대 ‘올인’에서 주인공 송혜교가 일본어로 게임을 소개하는 장면은 빠르게 넘겨버리고 ‘시국이 시국인지라’라는 자막을 붙인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할 때 올라온 영상이었다. ‘파리의 연인’에서는 사고를 당한 이동건이 기억상실증이 걸리는 장면 직전에 ‘설마’라는 자막을 배치한다. 기억상실증이라는 컨셉이 상대적으로 흔했던 과거 드라마를 재치 있게 희화화한 것이다. 이런 자막이 콘텐츠가 진행되는 내내 계속해서 웃음을 유발한다. “자막 쓴 사람 월급 100만원 올려줘라”라는 식의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는다.  

반면, 그저 ‘레트로’만으로는 그리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 대표적인 예로 유튜브 채널 ‘MBCdrama’는 과거 일일극 사상 57.3%라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보고 또 보고’를 최근 일주일에 네 번 업로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콘텐츠는 그저 35분짜리 원작을 15분 내외로 축약했을 뿐이다. 자막은 없다. 그래서인지 해당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이상 지루함이 느껴진다. 회당 조회수는 3만~4만 정도로, ‘SBS Catch’의 조회수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다. ‘보고 또 보고’만이 아니다. 아무리 과거에 사랑받았던 드라마이더라도 ‘레트로’를 ‘뉴트로’로 재창조하지 않으면 오늘날 많은 사랑을 받기 힘들다. 

자막 대신 실시간 채팅창이 ‘레트로’를 ‘뉴트로’로 바꾼 사례도 있다. 최근 ‘온라인 탑골공원’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타고 있는 ‘SBS KPOP CLASSIC’ 채널이 대표적이다. 이 채널에서는 2000년 2월에 방영을 시작한 ‘SBS인기가요’의 2001년 방송분을 24시간 틀어준다. 2001년 데뷔한 혼성그룹 ‘더 자두’가 노래하며 2000년 데뷔한 가수 ‘보아’가 춤춘다. 이른 아침 시간에도 4천여명이 접속하며 많게는 2만명이 동시접속하는 등 인기가 높다.  

유튜브 ‘SBS KPOP CLASSIC’ 채널에서 24시간 틀어주는 ‘SBS인기가요’ [사진= 유튜브] 

그저 옛것을 틀어주기만 하면 ‘레트로’이지만, 해당 콘텐츠에서는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레트로’를 재해석해낸다. ‘공원’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다. 댓글창에 가수들의 무대에 대한 실시간 댓글이 쏟아진다. 너무 많은 댓글이 올라와 정지하지 않으면 읽을 수조차 없다. 댓글들을 찬찬히 읽어보면 ‘SBS Catch’ 채널 드라마들의 자막과 마찬가지로 옛날 콘텐츠를 재미있게 재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가수 박진영이 노래 ‘난 여자가 있는데’를 부르자 다수의 네티즌들은 “불륜곡”이라는 댓글을 쏟아낸다. 그리고 데뷔 전 박진영의 백댄서로 활동한 가수 ‘비’를 화면에서 찾아낸 일부 네티즌들이 ‘엄복동’ 혹은 ‘UBD’(엄복동의 약자)라는 댓글을 적는다. ‘엄복동’은 지난 2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비’가 연기한 인물이다. 이 외에도 가수 ‘홍경민’이 노래하자 ‘김치마틴’(김치와 리키 마틴의 합성어)이라는 댓글이 쏟아지는 등 시청자들은 자발적으로 ‘레트로’를 재창조해 ‘뉴트로’로 바꾼다. ‘레트로’ 말고 ‘뉴트로’. 흘러가 버린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재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콘텐츠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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