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드넓은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은 나와 선생님 둘밖에 없었다. 고개를 들고 먼 곳을 보니 강렬한 태양빛이 수면과 산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자유와 환희로 충만한 근육을 움직여 바닷속에서 춤을 췄다.<16쪽>
“나는 지금보다 더 지독한 외로움을 참기보다 차라리 외로운 지금의 상태로 버텨가고 싶네. 자유, 독립 그리고 나 자신으로 가득 찬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가 이 외로움을 맛봐야겠지.”<52쪽>
나는 인간이란 존재가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인간은 거스를 수 없이 타고난 가변적인 존재임을 절감했다.<122쪽>
나는 어두운 인간 세상이 낳은 그림자를 숨김없이 자네의 머리 위로 쏟아내겠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어둠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 자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붙잡게. 내가 어둠이라 한 것은 윤리적인 면에서의 어둠을 말하는 것이네.<189쪽>
인간들에게 등을 돌린 나는 결국 나 자신도 저버리고 닫힌 공간에 날 가두게 된 것이지.<343쪽>
나는 적막했어. 이 세상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고 홀로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자주 있었네.<345쪽>
굴곡 없이 단조로운 생활을 해온 나의 내면에선 늘 그와 같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걸 알아주게. 내 처의 눈에 답답하게만 보였던 그 부분이 속에서 몇천 배, 몇만 배의 힘으로 날 짓눌렀는지 모르네. 내가 이 감옥 안에 더 이상 틀어박혀 있을 수 없게 됐을 때, 그리고 어찌해도 그 감옥을 깨부술 수 없을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단 하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지.<350쪽>
『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펴냄│368쪽│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