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는 90년대생, 그들이 원하는 것은…
퇴사하는 90년대생, 그들이 원하는 것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08.29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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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교보문고]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90년대생이 회사에 온다. 아니, 이미 와있다. 2000년 출생자가 올해로 스무 살이 됐으니, 90년생부터 99년생은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노동자다. 특히 90년생부터 96년생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취업 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통상 일년 가까운 시간 동안 취업을 준비하고, 근속 연수 2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다. 어렵게 들어가서 쉽게 나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나름의 사정이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90년대생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90년대생이 태어났을 때 대통령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이었다. 그들은 초등학교 때 god, 중학교 때 버즈, 고등학교 땐 빅뱅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국가 교육과정에서부터 컴퓨터를 배워 어떤 전자제품이라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보다는 귀여니의 『늑대의 유혹』에 더 열광했고, 스마트폰 이전에 MP3(음악 재생 플레이어), PMP(동영상 재생 플레이어), 전자사전을 다 따로 들고 다녔다. 수학여행은 제주도나 해외로 갔고, 세월호의 침몰은 그들의 감수성에 큰 영향을 미친 국가적 재난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문민정부(文民政府) 이래 태어나 산업화나 민주화 같은 시대의 변혁을 위한 임무를 떠맡지도 않았고, 직장인으로서 IMF 외환위기 같은 경제적 타격도 경험한 바 없다. 부모가 일궈놓은 경제적 풍요의 울타리 안에서 개인의 가치관과 자유를 중시하며 안온하게 ‘잘’ 자랐다. 심지어 대부분 대학교육을 받아 똑똑하기까지 하다. ‘기레기’라는 말이 확산한 계기도 사안의 본질과 팩트 체크가 가능한 ‘영리한’ 90년대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90년대생을 기성세대(혹은 기업)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거기엔 양면적인 시선이 있다.

『90년대생이 온다』의 임홍택 작가에 따르면, 기성세대가 본 90년대생은 열정이 사라지고 도전정신이 없어서, 그저 편한 복지부동의 일만 하려는 나약한 세대라는 부정적 평가와 기성세대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하는 세대라는 긍정적 시각이 모두 존재한다. 반대로 90년대생에게 기성세대는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꼰대(권위적인 사고를 하는 어른)’로 앞뒤가 꽉 막힌 세대이다. 이들이 어렵사리 회사에서 만났다. 그리고 쉽게 헤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빨리 온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제가 왜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와야 하나요? 10분 전에 오는 것이 예의면 퇴근 10분 전에 컴퓨터 끄고 게이트 앞에 대기해도 되나요?” - 『90년대생이 온다』 中

90년대생들은 회사에 ‘나’를 가지고 온다. 아무리 직장 상사라도 내 존엄을 무시하면 안 된다. 아무리 돈을 많이 주더라도 내 저녁을 빼앗으면 안 된다. 돈을 조금 적게 주더라도 내 존엄과 저녁을 지킬 수 있다면 괜찮다. 그래서 9급 공무원을 원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불합리한 처우를 참지 못한다. 그들은 회사에 돈을 벌려고 왔지 충성하러 온 게 아니다. 의미 있는 일을 하러 왔지 먼지 같은 일을 하러 온 게 아니다. 그들에게 자아실현은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기본 전제이다. 그게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 때, 90년대생은 ‘나’를 찾기 위해 회사를 떠난다.

임 작가는 “90년대생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기업이 한 가지 꼭 깨달아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권력이 이미 기업의 손을 떠나 개인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라며 “그 어느 때보다 재능 있는 개인들은 직장 생활에서 그들의 요구와 기대를 확대하고 성취할만한 협상력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이는 개인들에게는 희소식이겠지만, 새로운 계층으로부터 최적의 인재를 수혈 받아야 하는 회사에게는 또 하나의 골칫거리다”라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원을 얻으려면 이전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만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취준생들은 구직난을 겪는 노동 미스매치의 딜레마 속에서 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할까. 저자의 말처럼 이미 권력은 기업에서 개인으로 넘어갔다. 이는 기존 상명하복의 권위주의적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어렵게 대기업에 입사해도 비효율적인 회사 업무 시스템 때문에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여기에 왔나’라는 자괴감을 안고 퇴사하는 신입사원들이 왕왕 있다. 90년대생은 일부 기성세대가 내린 긍정적인 평가처럼 생각보다 똑똑하고, 성실하며, 재기 발랄하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에 맞는 ‘제대로 된 일’을 하기 원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임원진들은 90년대생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지속적인 대화와 진지한 경청을 통해 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도출해야 한다. 수직적인 관계를 수평적인 관계로 만드는 것은 아랫사람이 아니라 윗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나는 중요한 일을 하고, 너는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이 일을 하고, 너는 그 일을 할 뿐이다. 90년대생을 말하게 하고, 그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권력을 부여해야 그만큼의 책임감도 생기는 법이다. 그래야 창조적 업무가 가능해진다. 이런 토양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90년대생이 ‘제대로’ 회사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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