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에게 듣다] “한일 갈등과 남북통일에 대하여”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EU 대사
[대사에게 듣다] “한일 갈등과 남북통일에 대하여”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EU 대사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8.27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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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국가수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파견된 수교국가에서 외교교섭은 물론 양국 간 문화 교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합니다. 주재국에서 대사는 곧 국가와 같은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에 대사의 말은 해당 나라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정보로 평가받습니다. <독서신문>은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를 통해 각 국가의 문화·예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한·일 무역 갈등, 미·중 무역 갈등, 브렉시트….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글로벌 무역 분쟁이 확산하고 20여년 세계 자유무역질서를 수호해 온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용론이 나오는 등 ‘분열’ 중인 세계에서 ‘통합’을 찾기란 어렵다. 그래도 이 지구상에 아직도 국가 간 ‘통합’을 모색하는 힘이 건재한 곳을 꼽으라면 그곳은 단연 유럽연합(EU)일 것이다. 60여년 ‘통합’의 역사를 견지해온 유럽연합은 지구상 어느 곳보다 ‘통합’의 끈을 놓지 않는 곳이며, ‘통합’의 가치를 향한 인류의 진보가 담겨 있는 곳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베네룩스 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이 파리조약(전후 경제 복구와 독일의 국제사회 복귀를 통한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해 1951년 체결)에 따라 1952년 발족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에서 시작해 유럽경제공동체(EEC, European Economic Community), 유럽공동체(EC, European Community), 그리고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으로 발전한 국가연합. 비록 브렉시트 등 분열과 재정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한계로 지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 간 ‘통합’의 사례로 평가받는다. 

독자적인 입법, 사법, 행정 기능을 모두 갖춘 EU는 단순한 국제기구가 아니다. 독립된 국가들이 ‘연합제’로 모여 하나의 국가와 비슷하게 기능한다.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이 28개국 4억5,500만명의 유럽인을 대표하는 유럽의회가 있고, 각국 정상들의 모임인 유럽이사회, 각국 장관 회의체인 각료이사회, 정책의 입안 및 집행을 담당하는 EU집행위원회가 있다. 유럽사법재판소, 유럽회계감사원, 유럽경제사회위원회, 지역위원회, 유럽중앙은행, 유럽옴부즈맨, 유럽투자은행 등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의 연합을 돕는다. 

‘분열’의 시대에서 ‘통합’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까. 일본의 경제 보복과 미중 무역 갈등,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으로 ‘분열’을 겪고 있는 이 시기,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EU 대사와의 만남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과거 세계무역기구(WTO)의 패널리스트로도 일했고 주일본 유럽연합 공사참사관도 지냈다. 통합을 알고, 무역을 알고, 일본을 아는 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 조언을 구할 적임자라고 판단된다. 서울역 서울스퀘어에 위치한 주한 EU 대표부, EU 회원국 모든 대사들이 자주 모여 소통하는 이곳에서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EU 대사와 마주 앉았다.    

Q. <독서신문>의 ‘책 읽는 대한민국’ 캠패인 ‘대사에게 듣다’의 명사로 선정됐다. 독자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독서신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EU 대사입니다. 2000년 서울에서 열린 제3회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을 준비하기 위해 1999년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 한국과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 아프리카, 제네바 등 근 40년간 외교계에서 활동했는데요. 제 마지막 근무지가 서울이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이태원에 살고 있습니다. 집 근처 세계 각국 음식을 파는 식당과 ‘삼성미술관 리움’ 등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돌아다니곤 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환경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계올림픽을 두 번 개최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 스포츠를 좋아합니다. 지난해 평창올림픽·패럴림픽도 참관했고, 스키를 좋아해서 겨울에는 강원도 ‘하이원 리조트’ 등에서 스키를 탑니다.  

EU에도 대사관 역할을 하는 대표부와 대사가 있다는 사실이 생소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EU는 현재 전 세계에 142개 대표부가 있습니다. 
제가 EU 대사로 활동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2017년 한국에 부임하기 전에는 주스위스 및 주리히텐슈타인 공국 EU 대사로 활동했습니다. 2002년부터 2006년에는 주일본 EU 공사참사관으로도 일했고,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ASEM 참사관으로 활동했습니다. 

Q. 2017년에 부임해 한국에서 지낸 지 2년이 넘었다. 대표부 일은 어떤지…  

A. 1999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는데요.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이 이룩한 엄청난 발전을 보는 것이 아주 즐겁습니다. 과거와 달리 한국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국가 중 하나가 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경제대국입니다. 
한국에서의 업무는 매우 흥미롭고, 전혀 지루할 새가 없습니다. 하루하루 제가 해야 하는 일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빼곡합니다. 
제가 할 일이 많은 이유는 유럽연합과 한국이 경제적으로 아주 긴밀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있어 EU는 세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며 EU에 있어 한국은 여덟 번째로 큰 시장입니다. 한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곳도 EU입니다.  
비단 경제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경제를 넘어 정치·안보적으로도 교류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양자적인 관계를 넘어 세계적인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9년 소말리아 해적들이 문제가 돼서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교역 길이 막히자 한국은 EU와 함께 소말리아 인근 바다를 순찰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탰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이제는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변화나 새롭게 부상하는 사이버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협력해야 합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긴급상황에 대비해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Q. 한국과 유럽의 문화가 다른 부분이 있을 텐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어떤 것이 있는지…

A. 점점 세계화되는 사회에서 차이가 그리 크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먼저 외적인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아시아는 전통적으로 불교와 힌두교의 영향을 유럽보다 더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건물들의 모양이 다릅니다. 따라서 도시의 모습이 다릅니다. 또한, 유럽은 건축에 있어서 아시아보다 좀 더 보수적인 것 같습니다. 유럽에는 16~17세기 디자인의 건물들이 많습니다. 허물고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려는 측면이 있습니다. 옛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더라도 원형 그대로 복원하려는 것이 유럽의 문화입니다.  

사회·문화적인 차이라면, 유럽에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 있습니다. 단일민족, 단일문화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제 고향 인스부르크에서 차를 타고 3시간만 달리면 국가가 바뀌고, 언어가 바뀌고, 만나는 사람들이 바뀝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3시간을 이동하면 어디를 가든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인을 만납니다. 

사고방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국가의 국민들은 유럽인들처럼 ‘내가 최고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최고야’라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내 아래가 되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대단히 참을성 있고, 그 참을성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다가올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유럽인들이 배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일 갈등이 뜨겁다. WTO 패널리스트로도 일했고, 국제관계 전문가로 알려졌다. 주일본 유럽연합 공사참사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무역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유럽연합의 사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한국과 일본 사이 갈등은 유럽연합의 과거를 떠오르게 합니다. 따지고 보면 유럽연합은 과거 한·일 간 갈등과 비슷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엄청난 노력을 쏟은 소위 ‘평화 프로젝트’로 인해 2012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유럽에서 정말 대단한 도전이었습니다. 
특히, 과거 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 사이에는 지금 한국과 일본처럼 매우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평화를 위해 모색한 것은 먼저, 문제가 있는 국가의 국민들을 상호작용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국민과 국민 간의 접촉을 늘렸습니다. 예를 들어 양국이 교류하며 독일인은 프랑스어를 배우고 프랑스인은 독일어를 배우는 식이었지요.   

또한, 우리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하나의 역사책을 만들기 위해 아주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정말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모든 나라가 동의하는 하나의 역사책을 만들어냈습니다.
모든 국가를 대표하는 하나의 입법·사법·행정부도 세웠습니다. 1979년부터 각국에서 직선제로 선출된 의원들이 하나의 국회에 모였고, 국가 간 문제를 다루는 법원도 세웠습니다. 

진보를 위해 나아가는 강한 리더십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가 유럽연합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강한 리더들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적이었던 국가의 강한 리더들이 뭉쳤습니다. 프랑스의 샤를르 드골 장군과 독일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가 함께 ‘우리가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 결심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대통령과 헬무트 콜 서독 총리가 이어받았습니다. 이것을 또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와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이어갔습니다. 그들은 정말 열심히 했고, 유럽 국민 대다수가 아직 그들을 따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더라도 결국 이끌고 나아갔습니다.         

이런 것들이 지금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없습니다. ‘아시아 연합’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유럽의 방식이 있으면 아시아의 방식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EU가 전쟁터를 컨퍼런스룸으로 변화시킨 것은 한국과 일본에 중요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지금 한반도에는 남한과 북한의 대표가 적극적으로 왕래한다. 통일이 가까워졌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성공적인 국가연합 사례인 EU의 대사로서 한반도의 통일에 대한 조언을 준다면… 

A. 한국과 북한의 헌법 모두에 ‘통일이 목표’라고 적혀있습니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기 3~4년 전에 누군가 ‘통일’을 말했다면 사람들은 믿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양자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 그들은 결국 통일이라는 과업을 완성했습니다. ‘통일’은 남과 북의 정치인들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정치인들은 지금 통일을 위해 어떤 것이 가능한지, 언제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지 잘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만약 한반도와 중국, 일본이 참여하는 동북아 안보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미국과의 파트너십, 유럽연합과 긴밀한 공조 및 새롭게 부상하는 인도와의 협력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한반도의 통일은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언제부터인가 유럽여행이 한국인의 버킷리스트에 올라있다. 유럽에 가서 이것만은 꼭 경험해봤으면 하는 것이 있는지… 

A. 수백만명의 한국인들이 매년 유럽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유럽인의 라이프스타일, 문화, 음식 등에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은 매우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는 나라입니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부 유럽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고, 시칠리아 등 아름다운 해변의 매우 독특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스타일리시하고 시원한 곳을 찾는다면 북부가 좋습니다. 북부에서는 거대한 숲과 광활한 공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여행을 추천합니다. 이곳은 유럽 남부와 북부의 문화와 역사가 합쳐진 곳입니다. 
선택에 따라 경치가 바뀝니다. 북부로 갈수록 산이 많고, 남부로 갈수록 아름다운 바다가 있습니다. 파리나 런던 등 유서 깊은 도시를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온종일 박물관에 머물 수도 있고, 숲길을 걸을 수도 있습니다. 바닷가에 갈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여행할 수도 있습니다. 유럽여행은 정말 다양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선택하기 나름입니다.            

Q.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K팝이 유럽에서도 인기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유럽이 좋아하는 한국 문화가 또 있는지…   

A. 말씀하셨듯이 K팝은 유럽에서 꾸준히 그 인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에서 유독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K팝 외에도 유럽인들은 이제 한국 게임 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도 더욱더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10년 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사람들이 한국 음식 요리 과정을 생소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이제는 브뤼셀에 한국문화원까지 생겼을 정도로 한국문화가 퍼져있습니다. 
문화적 관심이 커짐에 따라 유럽의 젊은이들이 이제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들은 매우 독특하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한글을 이해하고 싶어 합니다. 
문화적 교류를 돕기 위해 EU는 양자 간 대학생 교류를 돕고 있습니다. ‘에라스무스 플러스’라는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대·고려대·연세대·한국외대·부산대·경북대 학생들을 ‘쟝 모네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학술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유럽을 느낄 수 있는 책 몇 권 소개 부탁한다. 

A. 책을 네 종류로 나눠서 가져와 봤습니다. EU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해하고 싶다면 유럽 학생들이 교과서로 사용하고 있는 『How the EU Institutions Work & How to Work with the EU Institutions』(EU 기구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EU 기구와 협력하는 방법)를 추천합니다. 『A Critical Introduction to European Law』(유럽 법에 대한 비판적 소개)도 권합니다. 역시 교과서입니다. 유럽연합은 법이 중심이 되는 기관입니다. 유럽연합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유럽의 법을 알아야 합니다. 

유럽연합과 아시아 국가들의 관계를 알고 싶다면 『The Palgrave Handbook of EU-ASIA Relations』(유럽연합과 아시아의 관계를 다룬 폴그레이브 핸드북)를 추천합니다. 이 책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관한 장은 제가 썼습니다. 『ASIA-EUROPE Do They Meet?』(아시아와 유럽, 그들은 정말 만나는가?)는 1999년 ASEM 준비로 한국에 방문한 후 영감을 받아 쓴 책입니다. 책 제목에 대한 저의 대답은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더 노력해야 한다’였습니다. 

역사에 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도 가져왔습니다. 옥스퍼드대학 출신 영국의 역사가 티모시 가튼 애쉬의 『Facts Are Subversive』(팩트는 뒤집힌다)입니다. 팩트가 유럽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분석한 아주 좋은 책입니다. 지금 같이 가짜뉴스가 만연한 사회에서 특히 읽어볼 만합니다.  
다음 책은 플로리안 일리스의 『1913년 세기의 여름』입니다. 1913년은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년 전입니다. 현재 세계의 상황과 그 시절을 비교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913년 정치인들은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마치 비틀거리며 걷다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는 사람처럼 걷잡을 수 없는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우리는 과거 세계가 그랬던 것처럼 부주의로 인한 전쟁에 휘말리지 않게 주의해야 합니다. 

딱딱한 교과서나 역사서를 읽고 싶지 않다면 권터 그라스의 소설 『Ein weites Feld』(넓은 들판)을 추천합니다. 독일 통일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대단히 철학적이고, 언어에 대한 감각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로버트 메나세의 소설 『The Capital』(수도)입니다. EU 의회가 있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관료의 삶이 어떤지를 다룬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Q.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A. 문학을 비롯한 책을 읽는 행위는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 저는 영어나 독일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을 많이 읽었습니다. 저는 문학과 독서가 아직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거의 모든 정보를 얻는 SNS상의 짧은 정보를 너무 신뢰하기보다는 정보의 근원인 책을 찾으라는 당부를 드립니다. SNS의 모든 ‘좋아요’들을 믿지 마세요. 독서가 우리 삶의 기초가 되는 자양분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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