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칼럼] 촛불집회와 평판
[박흥식 칼럼] 촛불집회와 평판
  • 박흥식 논설위원
  • 승인 2019.08.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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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논설위원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박흥식 논설위원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독서신문] 국내 유수의 대학 3곳에서 캠퍼스 촛불이 켜진다고 한다. 이유는 한 유명 교수이자 공직후보자 자녀의 논문과 장학금, 입학과정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한 대학생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원인이라 한다. 후보자 딸의 입시과정의 ‘불공정 특혜’논란 그 결과는 바로 ‘조국 촛불집회’라는 청년이슈가 만들어졌다. 촛불 당사자의 운명은 향후 어떻게 결정 될 것인가?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여론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평판관리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며 나름의 결과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역사 속에서 유명인 특히 정치인의 평판은 목숨보다 중요하다.

최근의 역사 속에서 평판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섰던 몇몇 인물들을 상기해보라. 명예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정치인 두 사람. 국민 다수의 여론에 끝까지 저항하다 결국 국민적 심판으로 감옥으로 간 정치인 두 사람. 위의 두 경우는 한쪽은 하늘의 별로 남아 이름을 빛내고 있지만, 다른 한 쪽은 별똥별이 되어 그 빛이 사라졌다.

위 두 사례는 현재의 우리 사회가 평판사회이며, 평판게임의 냉혹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평판게임의 결론은 언제나 자명하다. 평판이란 공중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얻는가, 불신과 배신을 얻었는가로 결론지어진다. 대중의 평판은 투명성과 신뢰성의 잣대 위에 놓여 결정된다.

투명한 사회에서 거짓은 파멸을 가져온다. 반대로 정직하고 겸손하면 대중은 신뢰한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투명한 사회에서는 과거의 언행이 낱낱이 드러나며, 그가 행한 모든 사실과 팩트들은 곧바로 여론의 도마 위에 놓이고, 그 평가의 결과는 자신의 언행이 얼마나 투명하고 정직한가에서 갈라진다.

촛불집회 사태에서 우리가 검증하려는 평판지수는 무엇일까? 공직 후보자의 인사청문의 평판지수는 무엇인가? 이번 촛불 당사자의 경우 평가 기준점은 다음 세 가지이다. 후보자의 과거 행동이 공익과 사익 어디에 부합하는가? 후보자의 미래행동이 ‘특권과 반칙 없는 사법정의’ ‘공정과 정직의 사회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가? 나는 지금 후보자를 존경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

평판의 세계에서 소신과 철학은 중요하나 아집과 고집은 위험하다. 평판의 관점은 나에게 있지 않고 대중과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 대중은 왜 실망하고 돌아서는가, 반대편 입장에서 바라보면 내가 처한 위치와 운명을 예감할 수 있다.

평판이란 무엇인가?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의 평판이란 민심의 판단이며, 여론이다. 여론조사의 각 항목은 평판 당사자의 평판지수이며 이를 통해 평판게임이 진행된다. 지금 평판 당사자에 대해 여론의 질문과 주장은 무엇인가? 그들은 이렇게 묻고 있다. 안암캠프스 후문에 ‘그래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 내용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벽공기를 마시며 논문을 써 내려가는 대학원생들이여, 도대체 당신은 고작 2주짜리 랩인턴은 왜 안했습니까?”라고 물었다. 공직 후보자의 딸이 부모의 인맥을 동원해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을 한뒤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을 비판한 것이다.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 23일 학교 아크로 광장에서 개최한 촛불 집회에서 ‘조국교수 STOP’ ‘내로남불 표리부동’ ‘폴리페서 물러나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지금 세간의 질문들과 주장들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공직후보자 일가에 쏟아진 각종 의혹은 ‘불법과 위법’ 의 문제 대신에 한국사회 특정집단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권과 편법’ ‘도덕적 해이’에 쏠려 있다. 사회적 공분의 저변에는 특권계급에 대한 그들만의 기득권과 부당한 지위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깔려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교수는 “양극화 심화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 공정사회 관점에서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를 평소 잘알고 있는 지인 한 사람은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글을 올렸다. “이는 합법과 불법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윤리나 배려, 책임성 등 사람들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훨씬더 큰 가치가 있다”고 말하며, “밖에서의 주장과 안에서의 행동 사이에 괴리가 너무 커 보여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밝혔다.

평판이란 명성과 위기의 양 날개로 날아간다. 평판관리에서 위기가 닥쳤을 때 위기의 극복방법은 다양하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태에 대한 변명과 해명은 무용하다. 반면, 잘못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진정한 사과는 효과를 나타낸다.

지금 불고 있는 평판의 바람은 ‘청년 박탈감’ ‘공정성’ ‘차별성’ ‘윤리성’에서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는가를 향해서 불어간다. 이제 공직후보자에게 바란다. 대중의 감성을 비웃지 마라, 대중의 이성을 얕보지 마라. 평판의 가치에 겸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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