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을에 유난히 입맛이 돌까?... 다채로운 ‘맛’ 있는 가을
왜 가을에 유난히 입맛이 돌까?... 다채로운 ‘맛’ 있는 가을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8.2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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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가을 추(秋). 가을은 내리쬐는 햇볕(火)에 고개 숙인 벼(禾)라는 의미로, 풍요로운 결실을 의미한다. 씨 뿌리고 정성 들여 키운 벼가 쌀이 돼 밥상에 오르는 가을은 성취와 풍요로움의 ‘맛’을 선사한다.

흔히 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부른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처럼 가을은 왕성한 식욕으로 살찌기 좋은 계절이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여름철 더위 탓에 떨어졌던 입맛이 선선한 가을 기온에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영양학 전문가 유영상씨는 책 『실천 영양학』에서 “가을에 식욕이 왕성해지는 것은 기온이 낮아지기 때문”이라며 “식욕은 섭식중추가 흥분할 때 일어난다. 기온이 내려가거나 샤워를 하게 되면 피부가 수축하게 되며 그 결과 섭식중추가 흥분해 섭식을 촉진한다”고 말한다. 가을에 맛보는 제철 음식인 게, 사과, 토마토, 새우 등이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가을의 또 다른 맛은 날씨 좋은 날 즐기는 야구와 축구다. 야구와 축구는 정규경기에서 순위권에 든 팀들이 가을철 플레이오프(포스트시즌·상위권 팀이 우승을 놓고 본격 대결하는 기간 )를 통해 우승 쟁탈전을 벌이기 때문에 야구·축구팬들에게 가을은 탄산음료와 같은 톡 쏘는 맛을 선사한다. 참고로 플레이오프는 ‘경기(Play)를 완전히 끝내는(off) 시합’이란 뜻으로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598년 발표한 희곡 『헨리 4세』에 나오는 “(음주를 ) 끝내라(did you play it off)"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야구 플레이오프는 오는 10일 16일부터 11월 12일까지 열린다. 야구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축구 스플릿리그(플레이오프의 축구 버전 )는 10월 즈음에 펼쳐질 예정이다.

가을의 또 다른 맛은 다채로운 심리변화다. 과거 가을은 한해 소출을 얻는 계절로 재정과 마음이 든든해지는 시기였다. 다만 때로는 그 여유로움이 상념을 불러 풍요 속에 미처 채워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구불만’의 감정을 낳기도 했다. 오늘날 과거 농경사회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기온 차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낳은 상념의 고조는 여전히 무언가를 갈망하게 한다.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난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라는 김광석의 노랫말(‘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처럼 누군가는 못다 이룬 무언가로 인해 입맛을 다시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 가을 타나 봐 니가 그리워진 이 밤 나 혼자 널 기다리나 봐/뭘 해도 채워지지 않는 시간들/아무리 잊어봐도 짙어져 가는 외로운 계절이 왔나 봐”란 바이브의 노랫말(‘가을 타나 봐’ )처럼 지나간 사랑에 우울한 맛을 느끼기도 한다.

‘남자의 계절’이라고도 불리는 가을. 이 시기에는 여성보다 남성이 쉽게 고독·우울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이런 ‘가을 타는’ 증상과 관련해 우종민 정신과전문의는 책 『Dr. 우의 우울증 카운슬링』에서 ‘상승정지증후군’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 성취해야 할 목표를 찾지 못했거나, 반대로 남들보다 크게 뒤처졌다고 생각될 때 허탈·공허감의 씁쓸한 맛을 느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큰일만 바라보기보다는 작은 성취를, 정상만 바라보기보다는 오름 자체에 의미를 둬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가을에 느끼는 달콤함과 씁쓸함의 맛은 본인 선택에 달렸다는 것이다.

울긋불긋 단풍 역시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산천초목을 형형색색 물들인 단풍은 설렘, 달뜸, 기대의 맛을, 또 타는 낙엽은 향기로운 맛을 선사한다. 그래서인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잘 알려진 이효석 작가(1907∼1942년)는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에서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고 적은 바 있다.

가수 아이유는 노래 ‘가을아침’에서 “파란 하늘 바라보며 커다란 숨을 쉬니/드높은 하늘처럼 내 마음 편해지네/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라고 가을의 맛을 묘사했다. 기쁨과 행복의 다채로운 맛이 일품인 가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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