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빅데이터 사회에서 우리는 벌거벗겨진 채로 살아간다 『빅데이터 소사이어티』
[책 속 명문장] 빅데이터 사회에서 우리는 벌거벗겨진 채로 살아간다 『빅데이터 소사이어티』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8.24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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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현재 우리는 온갖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가 세상을 좌우하게 될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정보 생산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이는 20세기 초에 석유가 에너지 분야에서 일으킨 혁명에 비견될 만한 일이다. 

이 디지털 혁명은 우리의 생활을 더 많은 정보와 더 빠른 접속으로 이끄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를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자발적 노예 상태로 몰아가며, 최종적으로는 프라이버시의 실종과 자유의 불가역적 포기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디지털 혁명은 달콤한 약속과 부인할 수 없는 매력을 앞세워 대부분 미국 기업인 몇몇 글로벌 기업, 그 유명한 ‘빅데이터 기업들’을 위해 개인을 벌거벗기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 우리를 완전히 종속시키려는 것이 그들의 의도다. (중략)

우리는 살아가는 매 순간 자신의 건강, 심리 상태, 계획, 활동에 관한 정보를 만들어 낸다. 간단히 말해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는 고도의 저장력과 계산력을 갖춘 컴퓨터에 의해 수집되고 처리된 뒤, 상관관계의 분석에 이용된다. 빅데이터의 목적은 사회를 예측 불가능성과 우연의 힘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까지 인구 집단에 대한 통계적·확률적 추론은 표본의 크기가 크든 작든 해석을 달리할 여지가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러나 빅데이터 혁명과 함께 임의적 추론은 점차 사라지고, 인터넷 접속 인구의 95%가 양도를 수락한 개인적 데이터로 분석된 디지털 진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몇 년 후면 더 많은 상관관계에 기초해 ‘모두에 대해 모두 다 아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특히 보건 분야는 빅데이터의 영향으로 가장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자동차에 내장된 컴퓨터가 차량 상태를 계속 점검하듯이 접속 기술을 통해서 개인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살펴 뇌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 신호를 사전에 감지하고, 네티즌의 반응을 살피고 분석해 전염병의 유행을 예측한다. 더 건강한 삶에 대한 약속은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대가를 달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하지만 디지털 데이터 혁명이 의학에만 국한돼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 혁명은 인간과 관련 있는 모든 것에 닿아 있다. 인간에 관해 낱낱이 알아내면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상관관계까지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기계에 의해 생성되는 정보의 95%를 이용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이제 추론은 표본이 아니라 온전한 지식을 근거로 이뤄진다. 따라서 모든 접속 순간은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된다. 인터넷 검색, 전화, 시계, 카메라, 각종 사물인터넷 기기 등 개개인이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보 수집은 대개 아무런 비용 지불 없이 이뤄져 이미 거대한 시장을 탄생시켰다. 이제 회사들은 소비자들의 습성, GPS 기록, SNS에서의 인간관계 같은 정보들을 서로 교환하고 공유한다. 가장 규모가 큰 데이터 브로커, 즉 디지털 데이터 시장의 중개자는 물론 미국이다. 미국 최대의 데이터 전문 기업인 ‘액시멈’만 해도 7억명에 이르는 세계 인구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와 우리 주변에 관한 절대적 지식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시장을 열어 준 것이다. 

『빅데이터 소사이어티』
마르크 뒤갱·크리스토프라베 지음│김성희 옮김│부키 펴냄│20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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