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울·집착·거부·분노·불면… 『엄마의 뇌에 말을 걸다』
[리뷰] 우울·집착·거부·분노·불면… 『엄마의 뇌에 말을 걸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8.23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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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평소와 같이 집에 들어선 어느 날 분위기가 이상했다. 빼꼼히 열린 화장실 문틈으로 보니 엄마가 변기에 앉아 계속 손을 움직였고, 아버지는 밖에 서서 안절부절못하고 계셨다. 화장실로 가보니 아래를 닦은 휴지가 산더미. 너무 닦아서 그런지 피까지 묻어났다. 순간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소리를 질렀으나, 엄마는 멈칫하는 기색조차 없었고, 끝내 딸은 엄마를 끌어 안고 대성통곡했다. 

치매 환자가 보이는 이상행동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화장실 휴지에 집착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주변인을 의심하거나 병적으로 물건을 수집한다. 화를 내거나 간청해봐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 초기의 경우 자녀가 화를 내면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증세가 깊어갈수록 '불통' 상태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57세 딸 박성미(가명)씨가 취한 방법은 빠른 현실 인정. '어머니는 환자다' '뇌가 잘못 지령을 내리는 거다'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어머니 상태를 인정했다. 엄마가 화장실을 가려 할 때면 역정을 내기보다는 "그래요 가요" "방금 갔다 왔지만, 또 가볼까요"라고 몇 번이고 웃으며 대했다. 그래서 증상은 나아졌을까? 대답은 'NO'. 듣지 못하는 퇴행성 난청인 노인의 경우 보호자의 말투, 표정, 억양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상대가 화를 내면 더 역정을 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화를 줄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화를 줄이는 '억제효과'일 뿐 화장실 자주 가는 행동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화장실에 집착하고 휴지에 집착할까? 전문가들은 치매에 걸린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왜 잘못된 것인지 인지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전두엽의 기능이 손상됐기 때문이다. 전두엽의 어느 기능이 손상됐느냐에 따라 탈억제, 반사회적 행동, 강박 행동, 무계획성, 무관심, 무의욕, 무감각, 우울증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인지능력 저하로 집을 떠나 거리를 떠도는 배회증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집을 안전한 곳으로 여기지 못해 자꾸 밖으로 나가려 하지만, 자주 다녔던 길조차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배회하다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 

1987년부터 다큐멘터리 PD로 활동해 온 저자는 치매를 앓았던 엄마의 생애 마지막 2년의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본인의 엄마 이야기 뿐만 아니라 치매 어머니를 돌본 열명의 딸을 만난 인터뷰도 수록했다. 치매환자에게 나타나는 열가지 대표적 증상을 키워드로 구분해 정리했고, 키워드별로 엄마의 증상과 인터뷰이의 사례를 제시, 뇌과학적으로 이상 행동의 원인을 파고 들었다. 
 

『엄마의 뇌에 말을 걸다』
이재우 지음 | 카시오페아 펴냄│284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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