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여성 작곡가들의 삶과 음악 『세이렌의 노래』
[책 속 명문장] 여성 작곡가들의 삶과 음악 『세이렌의 노래』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08.23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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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이 책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음악을 직업으로 삼았지만, 역사, 심지어 음악사에서조차 소외된 여성들에 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9쪽>

수 세기에 걸쳐 창조적 행위는 남성들이 전유했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했다. 이러한 젠더 인식의 근원은 ‘창조성’이라는 용어에 대한 편견과 왜곡에 있다. 남성에게 창조적 행위는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이고 지적인 행위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글을 쓰고,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고, 발명품을 생산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성의 창조적 행위는 자궁에서 일어나는 일을 중심으로 출산과 그에 수반되는 것들 즉, 남편, 가정, 그리고 이에 따른 책임과 관련된 것을 이른다.<10쪽>

여성 작곡가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작품 출판에서 배제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다. 힐데가르트 폰 빙엔은 자신이 본 환상을 열심히 기록했는데, 신이 남성의 형태로 나타나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교회와 수도원을 섬기는 사람들의 기록이 전임자의 것에 기반을 두었다면, 힐데가르트는 자신이 신으로부터 선택받았다고 주장하여 권위를 획득했다. 힐데가르트는 자신의 저작에서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뒤집었고, 여성적인 현상에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21쪽>

젠더 이데올로기는 사회적 규범과 원칙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믿음, 관습, 행동 양식을 만들어냈다. 즉, 성별에 따라 어울리는 것은 무엇인지, 그들에게 기대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허용되고 받아들여질 것인지 하는 것 말이다. 그 결과 여성들은 여성이 쓴 작품이 무시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28쪽>

800년 이상이나 여성들의 음악적 성과를 감추고 있던 장막을 걷어내는 것은 이 여성들을 무대의 중심으로 이끄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역사적인 정의를 어느 정도 실현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들의 삶은 물론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장소에서 행했던 창작의 과정들을 아는 것은 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젠더와 관련을 맺는지 이해하려는 첫 번째 시도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재능 있는 여성들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것은 역사 속의 여성 창작자들의 역할에 대한 보다 정확한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330쪽>

『세이렌의 노래』
이디스 재크 지음 | 배인혜 옮김 | 만복당 펴냄│344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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