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뿔났다, 조국에게 진보란 무엇인가
2030세대 뿔났다, 조국에게 진보란 무엇인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08.23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관한 논란이 거세다. 이른바 ‘강남 좌파(몸은 상류층에 속하지만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이르는 말)’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는 여론이 많다.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한국의 보수는 대놓고 구리고, 진보는 뒤에서 구리다”는 우스갯소리로 넘쳐난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인사청문회에서 제대로 규명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그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조 후보자를 바라보는 ‘2030세대’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 사건’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이 자신의 딸 정유라의 대학 입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당시 이대 총장, 학장, 입학처장 등이 줄줄이 구속돼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우리 국민들은 다른 건 몰라도 ‘교육’, ‘군대’와 관련된 사회 지도층의 비리에는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건 당연하게도 ‘우리 아들딸’의 문제와 가장 큰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조 후보자의 딸과 아들이 각각 ‘교육’과 ‘군대’ 문제에 얽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수사를 해야 진실이 드러나겠지만, 아직까지 조 후보자가 딸의 입시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아들의 병역 문제 역시 현역 판정을 받은 후 5번이나 입영을 연기했지만 그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조 후보자의 아들은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후보자의 자식들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외고 유학반–생명과학대–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이어지는 조 후보자 딸의 입시 궤적의 면면을 살펴보면, 일반 상식의 범주를 넘어서는 사례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조 후보자 딸이 졸업한 고려대학교 측은 이미 입시에 부정이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고, 문제가 있을 시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대·고려대 학생들은 23일 오후 각각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후보직 및 서울대 교수직 사퇴와 조 후보자 딸의 학위 취소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예고했다. 조 후보자 딸이 대학원생으로 몸담았던 부산대학교를 비롯해 단국대학교에서도 관련 사안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등 반발이 거세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성향을 가진 단체가 주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가 ‘정의’를 외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집회 주최측 관계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조 후보자의 정치적 포지션이 다름 아닌 ‘진보’이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22일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조 후보자를 향해 “2030세대는 상실감과 분노를, 4050세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6070세대는 진보 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있다며 “(후보자 자식에 대한) 의혹이 신속히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 역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보 지식인이었던 조 후보자가 학벌 대물림, 관행들을 모두 했다는 데 (많은 젊은이들이) 실망을 하고 있다”며 “정의당이 단지 조국이기 때문에 무조건 오케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착각”이라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조 후보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으로서 과거 자신의 저서와 SNS를 통해 현재 자신의 자식들과 관련된 의혹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적시한 바 있다. 그는 2010년에 발간한 『진보집권플랜』에서 “외고는 외국어특화 고교 또는 해외대학 진학준비 고교로 개편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대학입시용 외고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14년 발간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서 “스펙을 쌓을 능력과 환경 덕분에 경쟁에서 승자가 된 소수는 승리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다수는 큰 상처만 입을 것이다”라며 ‘있는 집’ 자식들의 과도한 스펙 경쟁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조 후보자의 이 같은 촌철살인은 당시 2030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고, 그는 진보 정치계의 아이돌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 초대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돼 대한민국의 검찰·사법 개혁에 앞장섰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자신의 자식과 관련된 문제로 인해 주요 지지층인 2030세대를 돌아서게 했다. 말로는 프롤레타리아·사회주의 의식을 설파하면서 행동은 그렇지 않은 이중적 좌파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2030세대가 조 후보자에게 느끼는 감정은 실망을 넘어 배신감으로 확장하고 있다.

『진보야, 아직 지치지 마』의 박성호 작가는 “현재의 문제점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해결하려는 태도. 바로 그 태도가 진보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어 “진보의 가치는 신뢰에 있다고 했다. 사람을 얘기하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얘기하며 고통 받는 사람과 함께 하고자 하는 태도를 진보가 보여줄 때, 우리는 그런 진보를 따스한 진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했다.

진보(進步)란 무릇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건전한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고, 사회적 평등을 지고의 가치로 내세운다. 지금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과연 사람을 얘기하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얘기하며, 고통 받는 사람과 함께 하고자 하는 진보 지식인으로서의 태도를 함양했는지 의심스럽다. 진보 지식인 조국에게 진보란 도대체 무엇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