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황교익 "치킨은 맛없는 음식"… 이유는?  
[포토인북] 황교익 "치킨은 맛없는 음식"… 이유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8.21 13: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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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치느님'(치킨+하느님)이란 말이 통용되는 시대에 이 책의 저자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치킨은 맛이 없다"고 말한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그의 주장은 까탈스러운 입맛 때문이 아니다. 치킨이 왜 맛있게 느껴지는지, 정말 맛있는 닭으로 만들었는지, 유통 가격은 적절한지 돌아보자는 제안이다. 

또 황교익은 맛에 작용하는 '어떤 힘'에 주목한다. 흔히 입맛을 개개인의 고유한 것으로 여기기 쉬우나 저자는 입맛을 조종하는 자본과 정치권력을 조명한다. 또 한식의 관성화된 이미지에 반론을 제기하고, 단군신화에서 사람이 되기 위해 곰이 먹은 마늘이 사실은 달래일 것이란 추정도 내놓는다. 

일반적이지 않은 저자의 주장은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지기 쉽다. 때로는 다수가 즐기는 음식에 괜한 딴지를 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상의 음식이 거대 자본과 정치권력에 좌지우지 된다는 그의 논거가 이 책에 담겼다. 

[사진=도서출판 지식너머]
[사진=도서출판 지식너머]

닭이든, 어떤 짐슴이든 간에 대체로 그 몸이 성체에 이르러야 맛이 난다. 한국의 닭은 맛이 들지 않은 상태에서 잡는다. 닭고기가 맛이 없으니 여러 첨가물의 튀김옷을 입히고 이를 튀겨서는 또 양념으로 범벅을 해 먹는다. 한국의 치킨은 닭고기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튀김옷 맛, 기름 맛, 양념 맛으로 먹는다. <30쪽> 

[사진=도서출판 지식너머]
[사진=도서출판 지식너머]

한국의 유기농은 시설채소재배에 집중돼 있다. 여름에는 고온다습하고 겨울에는 혹독하게 추워서 농사를 잘짓기에 적합한 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우스 안은 자연과 완전히 다른 환경을 하고 있다. 한국의 유기농이 친자연적이라는 생각은 판타지다. 노지에서 키웠으니 친자연적이라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온전한 사과는 20% 정도이고 80%는 상품으로 팔 수가 없어서 사과즙을 짠다. 한국에서는 어떤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53쪽> 

[사진=도서출판 지식너머]
전통음식 전시회에서 전시된 김치. [사진=도서출판 지식너머]

배추김치는 원래 겨울에 먹는 김치다. 11월 들어 배추를 수확하고 이것으로 김치를 담가 이른 봄까지 먹었다. 1970년대 김치산업이 움트면서 업자들이 배추김치에 집중했다. 공장 운영과 김치 판매의 편의성에 따른 것이었다. 산업이 움직이니 가정의 삶도 그에 따랐다. 하우스에서 봄배추를, 고랭지에서 여름과 가을의 배추를 거둬 1년 내내 배추김치를 먹는 일이 일상화됐다. 그러면서 철철이 달리 먹던, 300여 가지나 된다는 계절김치는 사라졌다. (중략) 김치를 세계화할 수 있다고 열심히 떠드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말대로 한국의 식당 김치는 세계화했다. 외국에서 가져온 김치를 일상으로 먹으니 이는 세계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중략) 꽃도 아니면서 식탁에 가만 놓여 있는 중국산 김치가, 참 애처롭다. <180~183쪽> 

[사진=도서출판 지식너머]
[사진=도서출판 지식너머]

한국의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시장에서 음식을 먹으며 서민 코스프레를 한다. 그때 국밥이나 어묵, 붕어빵, 잔치국수까지는 흔히 먹는데 시장 칼국수는 잘 먹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서민인 듯도 하고 서민이 아닌 듯하게 보여줄 정치의 음식으로 칼국수를 남겨두고픈 것이 아닌가도 싶다. 그래서인지 고급한 전통의 칼국수를 내는 식당에는 여전히 그 오랜 정치인들이 들락거린다. <312쪽>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황교익 지음 | 지식너머 펴냄│332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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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 2019-08-27 10:03:29
공장장이 말했던 그 책이군요. 재밌어 보이네요.

ㅇㅇ 2019-08-21 15:01:28
교익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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