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이라서 그런 건가요
조국 딸이라서 그런 건가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8.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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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10년 즈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미국 정치철학가 마이클 샌델의 번역서였지만, 미국(판매량 10만부)에서보다 한국(130만부)에서 유독 큰 인기를 얻었다. 한국을 찾은 마이클 샌델의 강연회에는 1만5,000여명의 인파가 몰렸고, 샌델이 국내 프로야구 시구자로 나설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그런 인기 요인과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민의 공정성에 대한 욕구가 (미국보다 )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미국은 38%의 응답자가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답변한 반면 한국은 74%의 응답자가 불공정하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런 공정성에 대한 사회 불신이 다시 주목을 받는다. 조 후보자의 가족, 그중에서도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의학전문대학원 유급 상황에서 장학금 수여 등 석연찮은 구석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씨는 영어논문 제1저자 등재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8년 한영외국어고등학교 유학반에 재학 중이던 조씨는 충남 천안에 위치한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으로 일하면서 논문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2009년 국내 학회지에 등록 )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통상 제1저자는 실험과 논문의 주도자로, 공동저자보다 높이 평가받는다. 해당 논문은 책임저자 A교수를 포함해 총 여섯명이 저자로 참여했고 공동저자 중에는 현직 교수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공동저자로 등재된 B교수는 “(조씨가 1저자로 이름을 올리다니 ) 충격이다”라고 말했다. 교수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가운데 고교생이 1저자로 등재된 상황은 특혜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물론 조씨의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 교수를 능가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하지만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에 재학했던 조씨의 성적은 평균 이하였다.

2015년 의전원에 입학한 조씨는 당해 연도 1학기(세과목 낙제 )와 2018년 2학기(한과목 낙제 )에 유급을 당했다. 의전원의 경우 한 과목이라도 낙제할 경우 상급 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낙제 과목을 재수강해야 한다. 고등학교 시절 의학논문에 1저자로 이름을 올렸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아울러 유급한 상황에서도 조씨가 장학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또 한 번 특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조씨가 의전원에 진학한 3년간 총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장학금은 지도교수 C씨가 사비를 모아 지급하는 것으로 순수한 의도로 조씨에게 지급했다면 문제 삼기 어렵다. 다만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조씨와 달리 다른 여섯명은 학교 측의 추천을 받아 장학금 대상자로 선정됐고, 실제로 모두 가정형편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학교 추천도 받지 않은 조씨의 장학금 수급은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3년 이후 지급된 장학금 총 4,400만원 중 조씨에게 1,200만원이 돌아간 것도 특혜 의혹에 힘을 싣는다.

이와 관련해 C교수는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총 열여섯명에게 장학금을 줬는데 2015년까지 다수 학생에게 고루 주다보니 각 학생이 받는 장학금이 적어 (조씨에게 ) 한명에게 매 학기 200만원씩 지급했다”며 “조 후보 딸이 3년간 장학금을 받다가 유급당해 올해는 다른 제자 한명이 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학금 지급 및 (부산)의료원장 임명(올해 취임 ) 등은 조국 교수와 전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5년 당시는 박근혜 정부 지지율이 높았던 시기로 조국 교수가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기 전이기 때문에, 그의 이후 행보를 예측하고 편의를 제공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 가운데 50억 자산가의 딸인 조씨를 콕 집어, 그것도 “유급당해 학업을 포기하려 하기에 격려하는 차원에서 장학금을 지급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존 롤스는 책 『정의론』에서 “기회균등의 원리는 가족이라는 일정한 형태가 존재하는 한 오직 불완전하게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팔이 안으로 굽듯 이해관계 안에서 완전한 기회균등은 어렵다는 말이다. 조지프 피시킨 법학박사 역시 책 『병목사회』에서 “문제는 부모가 자녀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라며 “부모는 연줄을 이용해 자기 자녀를 더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자녀의 교육적·직업적 전망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좋은 동네에 살기로 결정하면서 특별한 자원과 사회적 기회 등을 제공하는 네트워크에 자녀를 연결시킬 수 있고, 폭넓은 경험을 직접 제공하거나 주선해 세계에 어떤 경로가 존재하는지 보여줌으로써 유리한 조건을 부여한다”고 꼬집는다.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 편법증여 의혹을 받은 조 후보 측은 “국민 정서상 조금 괴리가 있는 부분은 인정한다. 하지만 모든 관련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번 조 후보자 딸의 특혜 의혹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라도 대다수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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