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속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진짜 의미가 무서운 이유 
[지대폼장] 속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진짜 의미가 무서운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8.20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천 사람이 노려보면 병이 없어도 저절로 죽는다는 말이 무섭게 느껴진다. 이덕무는 이 속담의 뜻을 세상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과 입방아가 사람을 병들게 하고 힘들게 한다고 해설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속담을 다르게 쓴다. 주로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계속 들이대면 연애에 성공한다는 말로 사용한다. 남자들은 그것이 남자답고, 사랑을 쟁취하는 용감무쌍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옛날에도 이런 비슷한 뜻으로 이 속담을 사용하기도 했다. 허균은 『성소부부고』 「이재영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네가 사랑하는 여인은 몹시 총명하고 지혜로워 젊음의 아름다움이 한순간임을 반드시 알 것인데, 끝까지  비구니가 되기를 고집하겠는가? 속담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으니 잘해 보게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말은 변하고 변한다. 또한 그 안에 품은 뜻도 변하고 변한다. 이제부터는 이 속담을 좀 다르게 써보는 것이 어떨까? 이 속담을 주고 받으며 이성을 차지하는 빕버인 양 그 비열함을 전수할 일이 아니라, 원래 이덕무의 풀이대로 사람을 함부로 쳐다보고 수군대고 평가하는 일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는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서로가 서로에게 말해주면 좋겠다. <121쪽> 

'누워서 떡을 먹으면 콩고물이 떨어진다.' - 떡을 먹는데 누우려고까지 하니까, 콩고물이 얼굴에 떨어지는 더러운 꼴을 보게 된다. '콩고물이 떨어진다'는 것은 더러워지고 지저분해진다는 뜻이다. 조금 편해지면 점점 더 편리한 것을 찾다가 내 삶이 엉망으로 흐트러지고 게을러지기 쉽다는 뜻의 속담이다. 이 속담은 원래 편리한 것만 찾으면 손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워서 떡 먹기'와 '콩고물이 떨어진다'로 분리 되면서 뜻이 변했다. 마흔다섯 번째 속담 '남 말하기란 식은 죽 먹기다'에서의 '식은 죽 먹기'처럼 '누워서 떡 먹기'가 따로 떨어져나와 능력에 대한 이야기처럼 쓰인다. 그러나 원래 이것은 그렇게 되기 쉬우니 조심하라는 경계의 말이었다. 지금은 '콩고물이 떨어진다'는 말을 떡을 주무르다 보면 자신의 몫으로 딱 떨어지지는 않아도 떡고물처럼 얻어먹을게 생긴다는 뜻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콩고물이 떨어진다'는 작은 이익을 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는 말이 아니라, 콩고물이 떨어져 나를 더럽힌다는 것에 강조점이 있는 말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이 속담을 반쪽씩 따로 사용하면서 전혀 다른 뜻으로 알고 있었다. <167쪽> 


『이덕무의 열상방언: 우리가 몰랐던 속담 이야기 99』
엄윤숙 지음 | 사유와기록 펴냄│280쪽│14,500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