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피해자”... 고유정·한강 토막 살해범, 무기징역도 어렵다?
“내가 피해자”... 고유정·한강 토막 살해범, 무기징역도 어렵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8.19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A(39·모텔 종업원)씨가 18일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비정상적인 취향을 가진 범죄자나 범죄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경우... 피해자에 대한 깊은 원한을 가진 경우... 시체 운반을 위해 혹은 시체를 훼손해서 신원을 알 수 없게 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오인하게 만들기 위한 경우 (토막 살인을 한다 ).” 소설 『데드맨』 중

타인의 생명권을 앗아가는 반인륜적 범죄인 살인. 그중에서도 토막 살인은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패륜적 행위의 최고봉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토막 살인이 일어나는 이유는 대개 원한이 너무 깊어 살해 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경우이거나,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 살해 후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시체를 처리하기 위함이다. 그도 아니면 가학적인 잔혹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 성향 때문인 경우가 대다수다.

최근 유사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토막살인’이란 말이 익숙해진 감이 없지 않지만, 피가 튀는 시체를 자르고 썰어야 하는 토막 살인은 상당한 결심과 수고를 필요로 한다. 소설 『데드맨』 속에서 토막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가 “목을 절단하면 피가 엄청나게 많이 나올 겁니다. 병으로 죽거나 노쇠해서 죽는 경우와 달리 갑작스럽게 죽을 때는 혈액 응고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자칫 장소를 잘못 골라 목을 자르면 분수처럼 솟구치는 피가 옷이며 몸에 잔뜩 튈 겁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2002년 오원춘 사건 이후 잠잠했던 토막 살인이 다시 입길에 오른 건 지난해 8월 안양 노래방 사건이 터지면서다. 노래방을 운영하던 피의자 변씨는 도우미를 바꿔 달라는 50대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다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체를 훼손했다. 이후 지난 4월에는 아이를 만나러 온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바다와 육지 도처에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체는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고, 피의자 고유정은 전 남편으로부터 가혹행위와 성 학대를 당했다며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체포 당시 “왜요? 제가 당했는데”라는 고유정의 태도에 그런 사고가 잘 드러난다.

최근 발생한 한강 토막살인 사건의 경우에도 이런 피해의식이 엿보인다. 숙박비(4만원 )를 내지 않고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자고 있는 피해자를 둔기로 살해하고 시체의 사지를 절단해 한강에 내버린 피의자 A씨는 오히려 자신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18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에서 “(피해자가 ) 먼저 시비를 걸었고, 주먹으로 먼저 쳤다”며 상대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또한 “다음 생애에 또 그러면 너 또 죽는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토막살해 동기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비친다. 시신 훼손 사건의 경우 대부분 채무나 원한에 의한 살인이 많은데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범죄전력이나 정신병 이력이 없는 A씨가 말다툼 이후 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범행을 저질렀고 도주하기보다는 시신을 훼손했다는 점에 의문을 품는 분위기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사회적으로 시신을 훼손하는 범죄가 자주 발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신 훼손을 ) 학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성의 태도보다는 오히려 ‘그럴 만해서 그랬다’는 입장을 취하는 범죄자들에게 법의 심판도 그리 무겁지 않다. 고유정의 경우만 해도 많은 법 전문가들은 ‘일반의 예상과 달리 살인죄 형량이 그리 높지 않다. 사형이나 무기징역 선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의 경우 무기징역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20년 이상의 형을 내리는 경우가 많고, 만에 하나 고유정 측 주장대로 성폭행을 피하려는 상황에서 벌어진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참작 동기 살인’에 해당돼 최대 8년 형밖에 선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살인을 5단계로 구분해 ▲참작 동기 살인 4~6년 ▲보통 동기 살인 10~16년 ▲비난 동기 살인 15~20년 ▲중대범죄 결합 살인 20년 이상, 무기징역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 23년 이상, 무기징역에 처하고 있다. 웬만해서는 사형 판결을 내리지 않고, 설령 내린다고 해도 집행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살해동기를 ‘억압된 분노’로 추정하며 이에 대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범우려가 있다고 우려한다. 무기징역이 내려진다 해도 상황에 따라 25년 후에는 출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언젠가 이들이 다시 사회에 나오면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영근 현직 부장판사는 책 『우리는 왜 억울한가』에서 “사형 판결을 앞두고 집행 장면을 상상하면서 사형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직접 사형을 선고할 때는 마음에 부담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내가 사형을 선고해도 피고인이 죽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잔혹범죄에도 반성이 없는 이들에게 감옥은 정말 교화의 장소일까? 사형제 집행 부활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면 대중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