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성 캐릭터로 ‘가부장제’ 비판하는 소설 일곱 편 『감겨진 눈 아래에』
[리뷰] 여성 캐릭터로 ‘가부장제’ 비판하는 소설 일곱 편 『감겨진 눈 아래에』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8.19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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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제각기 다른 장르의 소설 속 여성 캐릭터를 통해 가부장 세계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비판하는 소설집이 출간됐다.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가 선정한 일곱 편의 중단편 소설이 담겼다. 

“괴물을 죽인 남자는 영웅으로 대접받지만 괴물을 죽인 여자는 괴물로 취급받는다.” 정도경 작가의 「황금비파」에서 한 악사는 부유한 재상의 잔칫집에 연주하러 배를 타고 가던 중, 갑작스레 험해진 날씨가 비파 연주 때문이라며 흥분한 사람들에게 떠밀려 호수에 빠진다. 여성을 시녀로 부리는 ‘호수의 왕’의 제물이 된 악사는 결국 ‘호수의 왕’을 쓰러뜨리지만 도리어 괴물 취급을 받는다.

김인정 작가의 「망선요」는 학대당하는 듯 보이는 소녀 ‘초희’에게서 과거 일곱 살의 주인공에게 스물일곱 살의 어머니가 들려주던 ‘허난설헌’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작품에 등장하는 난설헌의 「유선시」와 모녀의 대화, 소녀의 슬픔은 묘하게 섞여 낙원을 꿈꾸지만 끝내 도달하지 못한 여성들의 아픔을 상징한다. 

이산화 작가의 「아마존 몰리」는 종 전체가 암컷으로만 이뤄져 있으며 다른 종의 수컷 물고기를 이용해 번식하는 ‘아마존 몰리’라는 물고기와 길 가던 여성을 폭행한 한 생명공학자의 폭행 이유를 통해 여성과 남성의 존재와 관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이 외에도 한평생 가족을 통제하려 들던 아버지가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자 180도 바뀌어버린 엄마의 모습(「패션로의 명숙 씨」), 남편을 살해한 고귀한 백작 부인의 사연(「사형 집행인 비르길리아의 하루」), 갈 곳 없는 귀신의 시선에서 바라본 탈북 여성의 삶(「애귀」), 주변의 만류에도 한국행을 결정한 한국계 프랑스인 세실 강 앞에 펼쳐진 지옥(「감겨진 눈 아래에」)이 담겨 있는 소설집이다. 

『감겨진 눈 아래에』
김인정 외 6명 지음│황금가지 펴냄│352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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