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모든 것은 후추 때문이었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포토인북] "모든 것은 후추 때문이었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8.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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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식물이 인류 1만 년 역사를 뒤바꿨다는 말이 지나칠 수 있겠지만, 사실 상당한 근거가 있는 말이다. 실제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의 발견, 바스쿠 다가마의 위대한 항해,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최초 세계 일주 탐험은 후추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세기 후추가격이 황금가격과 비슷해지면서 인도에서만 생산되는 후추를 찾아나선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식물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일본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농학박사이자 식물학자인 저자가 전하는 세계를 바꾼 '위대한 식물 이야기'다. 

감자 수확을 지켜보는 프리드리히 2세. [사진=도서출판 사람과나무사이]
감자 수확을 지켜보는 프리드리히 2세. [사진=도서출판 사람과나무사이]

중세유럽에서는 이웃 국가들과의 사이에서 자주 분쟁이 벌어졌는데, 식량 부족은 국력과 군사력 저하를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 터라 구황작물인 감자의 보급은 중세유럽 국가들에 운명을 건 중요한 일이었다. 독일의 경우 18세기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2세가 프랑스와 러시아, 오스트리아 군대와 7년이나 전쟁을 벌여 어렵게 승리했지만 심각한 식량난을 겪었다. 이때 프리드리히 2세는 당시 가축사료로 사용됐던 감자를 식탁에 올리기 위해 전국을 돌며 감자 보급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감자의 괴이한 모습을 '성서에 나오지 않는 악마의 식물'이라며 먹기를 꺼려했다. 이때 프리드리히 2세는 '당근과 채찍'을 사용했는데, 농민들에게 감자 재배를 강요하는 한편 "앞으로 이 나라에서 감자는 귀족만 먹을 수 있다"고 공포하면서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감자에 대한 인식 전환에 성공했다. 

[사진=도서출판 사람과나무사이]
[사진=도서출판 사람과나무사이]

토마토 역시 감자와 함께 독초로 여겨져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했다. 하지만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앞서 유럽에서 토마토를 먹어본 적이 있어 많은 사람 앞에서 감자와 토마토를 거림낌 없이 먹으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두 작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게 했다. 토마토 케첩 역시 토마토의 보급을 도왔다. 사실 케첩은 고대 중국에서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생선 액젓 내지 생선 소스였다. 아시아에서 그 맛을 본 유럽인들이 귀국해 어패류와 버섯, 과일로 케첩 맛을 재현했고 그때부터 '케첩'이란 이름이 붙게 됐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음식 재료가 한정돼 케첩을 만들기 어려웠는데, 갖은 애를 쓰던 중 토마토를 이용하게 되면서 토마토 케첩이 탄생하게 됐다. 

[사진=도서출판 사람과나무사이]
후추. [사진=도서출판 사람과나무사이]

이슬람권에서는 온갖 향신료를 사용한 요리가 발달했는데, 십자군 원정 이후에는 유럽에도 향신료(후추)가 전해졌다. 중세 유럽인들은 독특하고도 이국적인 향취에 흠뻑 취해 후추 등 향신료에 열광했고, 유럽 상인들은 후추를 육로가 아닌 뱃길로 들여오면 큰 수익을 얻겠다고 생각해 바닷길 탐험에 나섰다. 지금의 아메리카 대륙도 당시 스페인의 지원을 받아 탐험에 나선 콜롬버스가 발견한 대륙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로 오인한 콜롬버스로 인해 원주민은 '인디언'(인도 사람)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후추가 금처럼 비싸게 팔린 데는 운송료 외에도 부의 과시 욕구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후추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귀족이나 상류층에서 높은 지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목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설탕이 귀하던 시절 사람들이 설탕을 부와 궈력의 상징으로 여겼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었다. 후추 가격은 항해 기술이 발달하고, 후추를 대체할 향신료가 들어오면서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사진=도서출판 사람과나무사이]
사탕수수 재배에 동원된 아프리카 흑인 노예. [사진=도서출판 사람과나무사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아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했으나 그녀가 간절히 찾았던 후추는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카리브해 섬들의 온난한 기후에 주목한 콜럼버스는 포르투갈 연안의 마데이라제도에서 재배하던 사탕수수를 아메리카 대륙에 들여왔고, 그렇게 재배된 사탕수수는 후추를 대신해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스페인은 아메리카 대륙은 포함해 중미의 여러 섬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했는데, 이때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데려와 노예로 부리며 노동력을 착취했다. 414년간 940만명의 아프리카 흑인이 사탕수수 농사에 동원됐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펴냄│296쪽│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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