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이 화(火)를 부른다... 불매 운동 타깃 된 기업들
말(言)이 화(火)를 부른다... 불매 운동 타깃 된 기업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08.14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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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 영업 중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있다.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지난 12일,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 카드로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하고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우호국)에서 배제키로 했다. 한일 간의 경제 전쟁이 더욱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 경영진들의 신중치 못한 처사가 기업 리스크 관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첫 시작은 유니클로였다. 지난달 11일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재무 담당 임원이 “(한국의 불매 운동이)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니클로 불매 운동이 더욱 거세게 일었고, 일부 국민들은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불매 운동의 열기가 전국적으로 퍼졌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 측은 “당시 부족한 표현으로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분을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매 운동의 여파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7.3% 감소한 5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일에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임직원 700여명이 참석한 월례 조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고 아베 총리를 칭송하는 극보수 성향 유튜버의 영상을 틀어 논란이 됐다. 해당 영상에는 여성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 표현까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콜마는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지난 11일, 윤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일, 일본의 화장품 회사인 DHC가 운영하는 극우 방송 ‘DHC-TV’에서 한 출연자가 한국의 불매 운동에 대해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니까 일본은 그냥 조용히 두고 보면 된다”며 망언을 쏟아냈다. 방송에 출연한 자민당의 한 의원은 “1951년부터 한국이 멋대로 독도를 자기네 그것으로 해버렸다”며 역사 왜곡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DHC를 한국에서 퇴출하자는 여론이 들끓었고, DHC 모델로 활동 중인 배우 정유미의 소속사 측은 “DHC 본사 측 망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정유미의 초상권 사용 철회와 모델 활동 중단을 요청했다”며 “해당 기업과의 재계약 역시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 사례와 약간 결은 다르지만 영화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5일 애니메이션 영화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언론 시사회에서 강상욱 총괄 피디는 “(순제작비 50억원 중) 85%를 미디어캐슬이 투자했고, 나머지 15%는 중국이 투자했다”며 “전 세계 관객을 겨냥해 여러 나라 사람들이 힘을 합쳤지만 엄연한 한국영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러티브, 작화, 음악 등으로 말씀하시는 비평과 비판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외부 환경적인 것으로 백안시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 이슈와 문화적 소비의 구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영화가 미야니시 타츠야의 동화 ‘영원히 함께해요’라는 일본 원작을 토대로 하고, 일본 감독 스즈노 코분이 연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영화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누리꾼들 사이에 퍼졌다. 강 총괄 피디의 노파심이 결국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 됐다. 이에 온라인상에선 ‘안녕, 티라노’가 한국 영화인지 일본 영화인지 때아닌 논쟁이 벌어졌고, ‘NO 일본’이 아닌 ‘NO 아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감정적 대응의 자제를 촉구하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정치적 이슈를 오독한 일부 기업 경영진들의 경솔한 언사가 기업 리스크를 높이고 나아가 기업의 존폐위기까지 뒤흔들고 있다. 『기업의 미래를 여는 사회 가치경영』에서 김재구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은 경제적 가치 창출만으로는 사회적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며 “기업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동떨어져서 사회적 준거와 공동체의 원리에 어긋나면 생존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집단이다. 하지만 기업은 이윤 추구 활동 이외에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고,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책임 또한 지니고 있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회 보편의 규범과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를 저지른다면, 당연히 고객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기업의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거시적인 방향성을 결정하는 임원진들은 그들의 행동이 기업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많은 직원의 생계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입과 혀라는 것은 화와 근심의 문이요, 몸을 죽이는 도끼와 같다”는 명심보감의 고언을 가슴 깊이 새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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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2019-08-15 19:12:12
콜마 회장님은 당일 조회에서 다같이 광복절 노래를 부르고, 영상속의 사람처럼 역사인식이 잘못되면 일본에게 지배당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앞뒤 상황 다 자르고 짜집기 하는 언론들 때문에 멀쩡한 애국 기업들이 흔들리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한국 콜마는 지지해 주고 DHC는 불매합시다. 제대로된 기사도 좀 읽어보세요 콜마 친일 여혐이 아니라 애국기업입니다. http://m.mk.co.kr/news/opinion/2019/622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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