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후쿠시마 원전 최전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목소리…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 
[책 속 명문장] 후쿠시마 원전 최전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목소리…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8.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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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이곳에서 매일 약 8시간 동안 작업을 하지만, 그 방호 대책은 참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우선, 개인의 외부 피폭선량을 재기 위해 배부된 선량계. 일에 착수할 때 작업자증의 바코드를 판독 기계에 갖다 대어 입장 체크를 한 후, 책상 위 상자에 산더미처럼 쌓인 선량계를 각자 집어들어 스위치를 켜는데 가끔 그걸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문제가 없었던 것이, 반납할 때 당일 적산積算선량을 보고하는 것은 각 개인으로, 스위치 켜는 것을 잊어버렸어도 적당한 수치를 담당자에게 말하면 됐던 것이다. 기계 조작에 실수가 있어 수치가 이상하게 나와도 담당자는 동료와 같은 숫자를 적어 넣어 준다. 제1원전과 비교하면 10분의 1 이하 정도의 선량이니까 다소 오기가 있어도 영향은 없다는 것인가. <56~57쪽>

작업을 개시하고 30분 정도 지났을까, 경보음이 울렸다. 이렇게나 빨리! 여긴 큰일이군, 하고 생각했다. 특히 앞에서 말한 오염수관 근처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서 계속 경보음이 울렸다. 2시간 가까이 작업하고 철수했지만, 그날은 몇 명이나 경보음이 울렸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현장 중에 가장 고선량 지대임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일한 1~4호기에서는 콘크리트로 덮인 실내보다 외부 공기에 노출되는 실외가 선량이 높았다. 하지만 이곳 집중 라도는 바깥보다 안쪽 선량이 높다. “왠지 점점 끔찍한 곳으로 배정 받는 듯한 느낌인데” 하며 동료가 무심코 뱉은 말에 수긍이 갔다. <147쪽>

해변의 물고기도 곤충과 지렁이도 초목도 다들 방사능에 오염돼 있다 지금부터 몇 십 년, 식물 연쇄가 구내에 사는 동식물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인간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생물들의 미래가 바뀌어 버린다면 그것은 죄다. <209쪽> 

3·11로부터 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 때에는 5년째가 돼서야 법률이 만들어져, 원전 처리 작업자(청산인, '리크비다타르'라고 불린다)와 피난민, 귀향한 사람들의 피폭량, 건강 관리를 국가가 일원적으로 시행했다. 법률로 건강진단은 무료이며 건강 상태에 따라 재활치료나 요양도 하게 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한번 일을 그만두면, 나중에는 자비로 건강진단을 하고, 산재 신청을 해야 한다. 또한 5년의 '집중 부흥 기간'이 종료하는 지금, 피난민의 주택 지원이 중단되면서 강제적인 조기 귀환 사태가 벌어지려 하고 있다. '풍화'(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 작업은 국가가 하고 있는 듯 보인다. <259쪽>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
이케다 미노루 지음 | 정세경 옮김 | 두번째테제 펴냄│26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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