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명작동화 속 숨어 있는 반전의 세계사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돌아다닐까』
[책 속 명문장] 명작동화 속 숨어 있는 반전의 세계사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돌아다닐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8.10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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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나의 인생은 계몽사 세계문학전집에서 시작됐다. 지금도 각 대륙, 국가별로 나뉘어져 가지런히 꽂혀 있는 빨간 책등을 바라보면 가슴이 설렌다. 

나는 스토리 전개보다 늘 역사나 배경이 되는 다른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플랜더스의 개는 어느 나라 개인지, 로미오네와 줄리엣네는 왜 그리 한 도시에서 싸워대는지, 잔다르크에 대한 평가는 왜 성녀와 마녀 사이를 오락가락하는지, 소공녀 세라가 읽는 『프랑스 혁명사』 속 ‘카페 미망인’은 누구인지…. 동화 속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았다. 

성장하면서 스스로 다른 책을 찾아 읽으며 어릴 적 궁금증을 풀어갔다. 행복했다. 그런데 역사서를 조금 읽다보니 불편한 점을 발견하게 됐다. 나는 ‘황인종 한국 여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고, 세상을 보고 있지 않았다. 왜 이렇게 돼버린 것일까?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으로 만난 세상이었던 세계문학전집 속 작품들에 문제가 있었다. 일반적인 명작동화가 창작된 시기는 대부분 19세기 제국주의 시절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유럽인, 백인, 남성, 기독교인, 제국주의자와 같은 강자의 시선을 배워 그들의 시각에 맞춰 세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검증된 명작으로 살아남아 지금까지 널리 읽혀지는 이야기라면 시대와 공간을 떠나 보편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 자체의 힘과 교훈, 감동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왕이면 이야기 속에 배경으로 깔린 시대와 역사의 문제점을 알고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더군다나 한 사람이 처음으로 만나는 세계는 명작동화 전집인데….

사람은 이야기 속에 역사와 사회의 모습을 남겨놓는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다음 세대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영향을 끼친다. 난 이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역사라고 하면 연도와 인명 암기, 사건 나열 때문에 무조건 진저리가 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누구나 읽었을 만한 명작 동화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관련 역사 배경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드리고 싶었다. 역사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었다. 케케묵은 시절의 역사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고정불변의 과거사란 없다. 역사를 보고 평가하는 시각을 보면 그 사람의 현재 이해관계가 얽힌 입장이 명확히 보이기 때문에 역사는 매우 실용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선거 때면 후보자들의 역사 인식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이웃 국가와 갈등이 빚어질 참이면 상대국 정치인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7~9쪽>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돌아다닐까』
박신영 지음│바틀비 펴냄│324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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