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인가 장사꾼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인가 장사꾼인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8.09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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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3만2,000명의 미군이 한국 땅에 있습니다. 82년 동안 한국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얻은 게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난 7일(한국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1945년 미군이 한국 땅에 발을 디딘 지 74년째를 맞은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주한미군을 통해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한국 정부 몫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규모는 50억달러(6조755억원)로 올해 분담금의 5.8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기존보다 8.2%(787억원) 인상된 1조389억원으로 분담금이 정해진 데 이어 추가로 ‘폭탄’ 수준의 청구액이 날아올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간 미국은 ‘세계 경찰’을 표방하며 ‘정의’를 앞세워 국제분쟁 곳곳에 관여했다. 물론 이윤추구를 완전히 배제한 ‘절대선(善’)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겉으로는 ‘정의’를 ‘돈’보다 우선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조가 급변했다.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운 ‘이윤 추구’ 의지를 대놓고 드러내며 외교를 ‘비즈니스 협상’으로 여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동북아시아 정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동아시아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지리적·지정학적·전략적 요충지인 한국의 주한미군을 철저히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봤다.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데 그런 인식이 고스란히 담겼다.

미국이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킨 것은 강대국에 둘러싸여 주권을 위협받는 약소국을 지켜주기 위한 선한 의도만은 아니었다. 냉전시대에 옛 소련과의 협상을 통해 38도선으로 한반도의 허리를 끊은 데서도 드러나듯이, 하나 된 한국의 자주부강을 돕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공산세력을 막아내는 데 한국을 전초기지로 사용한 면이 더 강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면서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을 이루는 데 한국이 미국의 필요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얻은 게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철저하게 근시안적인 ‘경제적 관점’에 갇힌 견해로 보인다.

그간 우리나라는 주한미군 주둔비(방위비의 일부)의 절반가량을 부담해 왔다. 간접비를 제외한 직접비용은 지속해서 증가해 왔는데, 2000년 7,904억원에서 2018년 9,602억원, 올해는 1조389억원이었다. 거기에 사실상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 배치로 인해 중국에 당했던 이른바 ‘사드보복’ 등 부차적인 경제적 피해·사회적 갈등 비용을 포함하면 한국의 방위비 부담률은 결코 낮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방위비를 여섯 배 가까이 인상하겠다는 것은 주한미군의 인건비와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 직·간접비용 거의 전부를 한국에 떠넘기겠다는 셈법으로 비친다.

지난 8일 오후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방위비 청구를 공식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압박에 따른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처하기 위한 파병을 강권할 가능성도 높다. 아울러 최근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사거리 500~5,500km인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한 조약 )에서 탈퇴하고 아시아 지역에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한국 내 미사일 배치를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중국은 벌써부터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일본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경제 보복’을 벌이고 있어 한국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지경에 놓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2%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놓인 한국에 ‘안보 청구서’를 한 아름 던져놓은 미국의 태도에 거센 비난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책 『불구가 된 미국』에서 “나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약속, 그리고 국가로서 우리의 약속을 뒷받침한다”며 “어떤 우방이나 우방의 지도자도 우리의 확고한 지원을 다시 의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틈날 때마다 “무역에는 동맹이 따로 없다”고도 말한 트럼프 대통령. 그의 트위터에 CNN의 국가안보 분석가가 “주한미군은 자선 사절단이 아니라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라며 “‘동맹’이 뭔지 트럼프 대통령이 구글 검색을 해보도록 누가 도와줘야 한다”고 댓글을 단 걸 보면 그를 신뢰하지 못하는 건 한국인만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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