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부자의 목사직 대물림, ‘세습’인가 ‘승계’인가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부자의 목사직 대물림, ‘세습’인가 ‘승계’인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8.0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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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 김하나 목사. [사진=명성교회 유튜브]
사진 왼쪽부터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 김하나 목사. [사진=명성교회 유튜브]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부와 권력을 거머쥔 권력자나 재력가가 친인척을 후계자로 삼는 것을 ‘세습’이라고 한다. 세습은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을 내포한다. 반면 특정 분야의 대가가 능력과 기술을 전수해 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보통 ‘승계’라고 한다.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가치 보존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한국 교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논란을 일으킨 명성교회 부자 세습이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5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 총회 재판국은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교단 헌법을 들어 “명성교회 설립자인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위임목사의 청빙 결의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명성교회 측은 재판 결과에 불복하고 나섰다. ‘세습 위법’ 판결이 나오자 명성교회 측은 입장문을 내고 “김하나 담임 목사(위임목사로서)의 사역이 중단 없이 지속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재판국 판결을 부정하는 뜻을 밝혔다. 판결 당일 명성교회를 대표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회관에 자리한 김 아무개 장로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총회 재판국 판결을 따르겠다”고 밝힌 것(종교전문매체 <뉴스엔조이> 보도 )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간 명성교회 측은 김하나 목사의 위임청빙이 교단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2015년에 이미 은퇴를 했고, 그 아들 김하나 목사는 2017년 위임청빙 됐기 때문에 교단 헌법상 세습 금지에 해당하는 ‘은퇴하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김삼환 목사가 은퇴 ‘하면서’ 김하나 목사를 청빙한 것이 아니라 은퇴를 ‘하고 나서’ 청빙했다는 것이다. 비단 세습이 아니어도 김삼환 목사는 2014년 경기도 하남시에 부목사 네명, 교육전도사 두명, 600여명의 교인으로 새노래명성교회를 설립해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직에 앉혀 편법 세습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상가 지하 등지에서 어렵게 목회하는 젊은 목사들이 많은 가운데, 김하나 목사는 세계 최대 장로교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아들이란 이유로 너무 쉽게 많은 것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교계의 비판이 적지 않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등 개신교 시민단체는 명성교회 세습과 관련해 “법으로 개신교 전체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사안”이라고 비판했고, 소망교회(등록교인 8만명가량 )를 이끌었던 김지철 목사는 지난해 김삼환 목사에게 공개편지를 띄어 “세습은 아들이나 성도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제라도 결단을 내리시길 촉구한다. 교단을 떠나달라”고 당부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총학생회 역시 명성교회 세습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갖은 비판이 쏠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명성교회 측은 교단 재판국의 판결을 부정하고 있다. 교단법이 사회법처럼 강제력을 지니지 않고, 또 불이익을 줄 경우 명성교회가 교단을 탈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김 부자 목사가 결단하지 않는 이상 세습을 강제적으로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중의 비판이 거센 이유 중 하나는 김삼환·김하나 목사가 세습해야만 하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단 재판국의 세습 위법 판결이 났던 지난 5일 새벽예배에 참석한 김하나 목사는 “진정한 영광은 고난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며 “침 뱉음을 당하고, 모욕을 당하고, 가시관의 고통을 쓰고, 채찍을 맞은 것이 예수님의 영광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고난을 자초하면서까지 세습을 강행하는 이유를 밝힌 적이 없어 대중은 세습의 필요성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온라인에서는 “명성교회가 자립도 못하는 시골교회여도, 아버지가 대형교회 목사가 아니어도 지금과 같았을까”라는 내용의 댓글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철학자 존 롤스는 책 『정의론』에서 “기회균등의 원리는 가족이라는 일정한 형태가 존재하는 한 오직 불완전하게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조지프 피시킨 미국 텍사스대학교 교수 역시 책 『병목사회』에서 “기회 불균등의 문제는 부모가 자녀에게 유리한 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생겨난다”며 “부모는 자녀가 잠재력을 발전시키고, 상대적이 아니라 절대적인 의미에서 자아를 실현할 재능이 있고 행복한 사람이 될 가능성을 높이기를 바랄 수 있다. 이런 부모에게는 다른 아이들이 어떤 특별한 기회를 갖는가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번영신학의 대가이자, 원조 ‘긍정의 힘’으로 불리는 로버트 슐러 목사는 한때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2006년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가 1,700만달러를 투입해 2,9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지은 수정교회는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로 손꼽혔고, 그의 설교는 전 세계 200만명이 시청했다. 하지만 교회를 아들에게 넘겨줬다가, 다시 딸에게 넘겨주는 등 가족중심으로 경영하면서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파산했고, 교회와 교회가 운영하던 방송국 등에 포진했던 그의 친인척들은 모두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세계 최대 장로교회인 명성교회가 지닌 상징적 의미가 크다. 명성교회 측은 김 부자의 목사직 대물림이 ‘세습’이 아닌 ‘승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해명을 납득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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