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젖가슴에 대한 모든 것… 『성스러운 유방사』
[포토인북] 젖가슴에 대한 모든 것… 『성스러운 유방사』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8.07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케다 마사야의 『성스러운 유방사』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08년부터 유방문화연구회라는 이름으로 각 분야 연구자 스물두명이 모여 유방을 연구했다. 연구 주제는 '여성의 가슴은 정말 성적인가' '유방은 여성만의 기관인가' 등. 이런 류의 질문을 두고 10년을 골몰하며 고대 문학과 예술, 근대와 오늘날의 영화, 만화, 애니매이션, 잡지, 포스터, 공공미술, 문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매체를 살피고 직접 답사했다. 이를 통해 젖 먹이는 성스러운 가슴, 성적으로 유혹하는 가슴 외에도 수많은 가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내용이 이 책에 담겼다. 

한큐백화점에서 개최한 '속옷 쇼'.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한큐백화점에서 개최한 '속옷 쇼'.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1952년 일본 오사카의 한큐 백화점에서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열린 '속옷 쇼'는 속옷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했다. 속옷이 단순히 몸을 가리는 도구가 아닌 체형을 다듬는 수단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속옷을 구매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여성 사이에서 서구 여성의 글래머 체형에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소망이 솟아올랐고, 이로써 '제1차 속옷 붐'이 일어났다. 1956년 시작된 속옷 붐으로 브래지어와 거들이 전국에 보급되면서 여성들의 신체 의식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피부에 찰싹 달라붙는 속옷은 행실이 바르지 못한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단정한 차림이라는 계몽이 이뤄졌다.  

다나카 미나미가 표지를 장식한 잡지 '앙앙'(2017년 9월 20일판).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다나카 미나미가 표지를 장식한 잡지 '앙앙'(2017년 9월 20일판).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2017년 9월 20일 아나운서 다나카 미나미가 '팔꿈치 브래지어'라는 세미누드로 패션 잡지 <앙앙>의 표지를 장식했다. '이상적인 가슴은 스스로 만들자'라는 부제는 여성들이 바스트를 제작하는 시대임을 공언하는 성격을 나타냈다. 당시 텔테비전 방송국의 아나운서였던 다나카 미나미는 '가슴을 강조하면 아나운서로서 정결한 이미지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E컵 바스트를 무명천으로 감아 압박했다고 한다. 하지만 30대가 넘어 '숨기고 압박해도 어차피 내 가슴이다 그렇다면 예쁘게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스트 케어를 시작하게 됐다. 화보에서 다나카 미나미는 가슴을 모아 올리거나 앞으로 내밀지 않는다. 남성에게 보여주려는 바스트가 아니라, 거울 앞에 섰을 때 자기가 사랑할 수 있는 바스트를 갖기 위해서였다. 

자유관세움. [도서출판=아르테]
자유관세음. [도서출판=아르테]

일본 아이치현에는 이른바 '젖가슴 절'이라 불리는 유방의 명소가 있다. 정식 명칭은 '히쿠마산 류온지'로 '마마 관음'이라고도 불린다. 이 절이 융성한 시기는 게이초 12년(1607년)으로 남편이 먼저 죽어 이웃에게 쌀을 얻어 먹던 여성이 젖이 나오지 않아 해당 절의 천수관음에게 쌀을 바치고 사후의 안락을 기원했더니 젖이 넘쳐흘렀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면서다. 젖이 흘러넘쳐 이웃 아기에게도 남는 젖을 나눠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참배자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베르사유 정원의 여성 나체상.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베르사유 정원의 여성 나체상.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공공장소에 설치된 여성 나체상은 벌거숭이지만 자연스러운 벌거숭이가 아닌 경우가 많다. 공공미술로서 어느 정도 관념적이고 심리적인 모습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좀 작은 유방이 공통적이다. 베르사유 정원에 설치된 여성 나체상의 유방은 팔이나 몸통 둘레와 비교하면 좀 작은 편이다. 부드럽고 둥글게 불룩 튀어나온 둔부를 고려한다면 가슴도 상당히 커야 할 듯 하지만 서양의 나체상 가운데 늘어진 가슴은 찾아보기 힘들다. '밀로의 비너스'의 가슴도 팽팽하게 위로 향하고 있고, '사모트라케의 니케'도 작은 가슴이 위쪽을 향해있다. 

적당히 살집이 잡혀 불끈 부풀어 있는 『수호전』 속 이규의 모습.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적당히 살집이 잡혀 불끈 부풀어 있는 『수호전』 속 이규의 모습.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중국 전통 회화와 연환화를 그리는 화가로 알려진 다이둔방이 『수호전』에서 소재를 얻어 그린 작품이다. 새까만 알몸을 드러낸 우락부락한 사나이(이규)가 양손에 도끼를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은 용맹무쌍하고 저돌적인 성격을 차고 넘치게 전한다. 이규의 강인한 완력을 받쳐 주는 흉부는 적당히 살집이 잡혀 불끈 부풀어 있다. 젖꼭지 부근의 세세한 묘사와 가슴털이 뿜어내는 풍부한 표정에서 범상치 않은 화가의 집념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이규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벗어 던지는 캐릭터'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오늘날처럼 남자 가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해서 티 나게 쳐다본다면, 이규 역시 옷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머뭇거릴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피에르토 로렌체티가 그린 '절단당한 유방을 가진 성 아가타', 1340년경, 바티칸 회화관 소장.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피에르토 로렌체티가 그린 '절단당한 유방을 가진 성 아가타', 1340년경, 바티칸 회화관 소장. [사진=도서출판 아르테]

여성 성인의 잘린 목, 유방 등은 14세기 이후 성인 표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귀중한 보물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가톨릭과 그리스정교 신앙에서는 성인 아가타의 신체 일부나 몸에 지니던 것을 성스러운 유물로 섬기고 있다. 현재 성 아가타의 출신지인 카타니아의 대성당에는 성 아가타의 두개골과 흉곽 등과 유방 한쪽이 보관돼 있다. 다른 한쪽은 1389년 이탈리아 남부의 풀리아주 갈리폴리에서 갈라티나라는 마을로 이관돼 보관되고 있다. 성물은 자주 쟁탈전을 겪기 마련인데, 카타니아 대성당에 있는 성 아가타의 유방 한쪽도 1112년 비잔틴제국에서 탈환한 것이다. 갈리폴리에는 성 아가타의 유방과 관련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1126년 8월 어느 여성의 꿈에 성 아가타가 나와 그녀의 갓난아기 입에 유방을 물렸는데, 눈을 뜬 엄마가 온갖 노력을 다해도 유방을 물고 놓지 않던 아기가 사제와 성직자들이 연도(위령기도)를 하며 성 아가타의 이름을 부르자 물고 있던 젖꼭지를 뱉어 냈다는 내용이다. 

 

『성스러운 유방사』
다케다 마사야·이라영 (해제) 지음 | 김경원 옮김 | 아르테(arte) 펴냄│325쪽│20,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