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가족 ‘기회는 이때다’ 일본여행 의혹… “당신은 누구의 피를 가지고 있습니까?”
대한항공 직원·가족 ‘기회는 이때다’ 일본여행 의혹… “당신은 누구의 피를 가지고 있습니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8.07 15: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산한 일본행 항공기 탑승 수속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일본 여행 거부 운동’으로 늘어난 일본행 비행기 공석을 대한항공 직원들이 직원가로 최대 90% 저렴하게 구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항공업계와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대한항공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익명게시판에는 한 직원이 “8월 14일까지 인천 출발 일본행 제드 리스팅 숫자가 550명이나 된다”며 “‘기회는 이때다’라고 하는 직원, 가족분들이 생각보다 많아 놀랍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제드’(ZED, Zonal Employee Discount)란 항공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성 할인 항공권으로, 비행기 출발 시점까지 팔리지 않은 잔여석을 최대 90% 할인된 가격으로 직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직원의 가족들도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신청은 선착순이다.  

해당 게시글로 인해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불매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직원들과 일본여행은 개인의 사생활이며,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를 애국과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는 직원들이 대립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논란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또한 만약 게시글의 내용이 사실일지라도, ‘제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대한항공 전체 임직원 2만명 및 임직원의 가족을 10만명이라고 가정할 때 10만명 중 550명은 타 항공사와 비교해 비율이 그리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해당 논란이 사실이든 ‘사실무근’이든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으로 ‘경제 침략’이라는 표현이 퍼지고 있는 오늘날, 과거 우리 조상들이 일본의 ‘침략’에 맞서 무엇을 포기했는지, 특히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역사 강사 최태성의 책 『역사의 쓸모』에 따르면, 독립운동가 이회영 일가는 ‘오성과 한음’ 설화로 유명한 이항복의 직계후손으로,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탈할 당시 조선 땅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명문가이자 삼한갑족(대대로 문벌이 높아 부와 권력이 엄청난 집안을 의미)이었다. 일제강점기에도 대우를 받고 살 수 있었지만, 1910년 경술국치가 일어나자 ‘대의가 있는 곳에서 죽을지언정 구차히 생명을 도모하지 않겠다’며 대대로 먹고살 수 있는 재산을 헐값에 팔아 만주 서간도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다. 헐값에 판 재산을 지금 시세로 환산하면 600억원이 넘는다. 이회영은 예순여섯의 나이에 상하이에서 붙잡혀 모진 고문을 받다가 숨진다. 

역시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명문가 자제였으며, 명석했던 독립운동가 박상진은 1910년 판사시험에 합격해 평양 법원으로 발령받았으나 경술국치로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자 판사복을 벗고 쌀가게를 연다. 일제를 대변하는 판사는 될 수 없다는 의지였다. 박상진의 쌀가게는 외양은 평범한 쌀가게였으나 독립군의 자금을 마련하는 곳이자 독립운동가들이 연락을 주고받는 곳이었다. 박상진은 이후 조선국권회복단과 대한광복회를 조직해 의열투쟁을 전개한다. 비록 그는 1921년 대한광복회 총사령관 신분으로 일제에 체포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죽어서도 대한독립에 힘을 보탰다. 청산리 전투로 유명한 김좌진 장군이 바로 대한광복회 소속이었다. 또한, 대한광복회의 영향으로 1919년 의열단이 조직됐고, 그 맥이 1931년 김구의 한인애국단으로 이어졌다.  

“코레아 우라!”(대한만세!)를 외쳤던 안중근. 역사 강사 설민석의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에 따르면,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나 청년 시절 애국계몽운동을 하며 민중을 교육했고, 총을 쏘면 백발백중, 천하의 호걸이었다고 알려진 독립운동가 도마 안중근은 네 번째 손가락을 끊어내 태극기 위에 ‘대한독립’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만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일제가 사형을 선고한 당시 그의 나이 31세였다. 

“선생님, 제 나이 이제 서른하나입니다. 앞으로 서른한 해를 더 산다 해도 지금보다 더 나은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지난 31년 동안 쾌락이란 것을 모두 맛보았습니다. 이제부터 영원한 쾌락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상하이로 온 것입니다.” 1932년,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독립운동가 이봉창 선생도 일왕의 마차를 향해 폭탄을 던진다.     

독립운동가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책 『나는 대한민국 역사다』에서 작가 최성철은 “분명하고 뚜렷한 문제의식과 민족정신이 있지 않으면, 조국과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그저 물결치는 대로 흐르다가 십중팔구 맹물조차 되지 못하거나, 코앞의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매국노가 되기 쉽고,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의와 등을 맞대고, 불의에 편승하면서 자기만의 안위를 위해 살아갈 확률이 매우 높다”며 “물론, 지금의 사회가 일제강점기와도 같은 그러한 민족적 위기의 시대가 아니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솔직히 지금의 우리는 너무 개인 위주의 편안한 삶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당시의 그런 현실과 맞닥뜨린다면, 과연 우리는 그들처럼 그럴 수 있을까.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작가의 말처럼 물론 지금이 일제강점기는 아니다. 그러나 ‘경제 침략’이라는 말처럼, 과거 일본군이 들고 왔던 총칼은 지금 ‘경제’로 바뀌었다. 우리는 그 누구의 피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국교수말고나의조국을사랑한다. 2019-08-09 09:43:44
공감이 가기도 하나 안가기도 합니다. 기자는 형식논리로 마구 비판하시네. 그럼 나도 형식논리로 한 말씀. 기자는 단지하시고 일대사관에 폭탄이라도 던져보시지. 지금 대한민국이 쪽바리의 식민지에 국가입니까? 경제전쟁에서 이길 대안이 아니면 이런 감정부추기는 건 하지 맙시다. 일본지역에 비행기 취항자체를 거부하든지 일본인 입국을 완전 막든지 해보든지요. 일본 극우자들도 한국관광온다하면 막을 일 아닙니다. 한국제품 쓴다면 팔아야죠. 진지한 해법없이 마구 반일감정만 외쳐대는데, 당신은 오늘 반일을 위해 뭘 할지 궁금합니다. 안산다 안간다 말구요...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