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항일, 우리는 누구의 피를 가지고 살고 있나… 『나는 대한민국 역사다』
[책 속 명문장] 항일, 우리는 누구의 피를 가지고 살고 있나… 『나는 대한민국 역사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8.0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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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급변하는 주변 정세의 풍랑 속에서 한반도는 요동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제의 침탈과 악행에 밀려난 대한의 독립투사들은 만주, 그 거칠고, 보다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항일 독립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물론, 국내에서의 투쟁도 계속됐다. (중략
많은 애국지사가 나온 만큼, 많은 매국노와 일본 밀정들이 나와 애국지사들을 잡아 가두는데 열을 올렸다. 매국노가 애국자처럼 활개를 치고 다녔으며, 애국자가 나라를 찾으려고 뜨거운 목숨을 내놓을 때, 매국노는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더러운 손을 내밀었다. 의인과 악인이 뒤섞이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들의 혼을 뺐다. 앞뒤로 길게 잡아, 1864년부터 1945년까지 그 80년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에 닥친 폭풍의 세월이었다. 모든 사람이 격류 속을 하염없이 떠다니고 있었다. <7쪽>

그러나 이 나라는 이렇게 잘 지켜졌다. 잘 지켜진 이 나라는 이제 세계를 선도하는 전자국가로, 세계정보의 메카로, 무역의 중심국가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중략) 우리는 그 누구의 피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거친 만주벌판에서 일본군 총에 쓰러져간 그 독립군의 뜨거운 피가 아직도 우리 손에서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며, 그들의 외침이 여전히 우리의 혈관을 따라 올리고 있으며, 일본 경찰의 악랄한 고문 앞에서도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다 숨져간 이름 없는 민중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우리 귓전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가. 그런 것인가. 그런 건지, 아닌지 우리는 잘 알 수 없다. 그저 나 잘난 멋에 오늘도 우리는 살고 있고, 나 잘난 멋을 찾으며, 또 살 것이다. 다들 그렇게 할 것이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악랄한 고문과 매질로 방광과 내장이 터져 썩어가는 몸을 웅크리며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에서 숨져간 18살 소녀 유관순이, 홍커우공원에서 자결용 폭탄을 제 가슴에 안은 채, 일본군 요인들을 향해 폭탄을 던진 24살의 청년 윤봉길이, 우리 인생의 선배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피가 부글부글 끓는 아픔과 분노와 자학과 탄식을 다 같이 느껴야 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나라가 이렇게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8~9쪽>

분명하고 뚜렷한 문제의식과 민족정신이 있지 않으면, 조국과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그저 물결치는 대로 흐르다가 십중팔구 맹물조차 되지 못하거나, 코앞의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매국노가 되기 쉽고,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의와 등을 맞대고, 불의에 편승하면서 자기만의 안위를 위해 살아갈 확률이 매우 높다. (중략)

물론, 지금의 사회가 일제강점기와도 같은 그러한 민족적 위기의 시대가 아니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솔직히 직금의 우리는 너무 개인 위주의 편안한 삶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당시의 그런 현실과 맞닥뜨린다면, 과연 우리는 그들처럼 그럴 수 있을까.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다. <41~42쪽>

오로지 자기의 안위와 부귀를 위한 일, 역시 소인배의 알량한 행동이다. 모든 일에는 그 원인과 사유가 있고, 과정이 있다. 무엇 때문에 그 일을 벌였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따라 정의였는지, 불의였는지 역사는 냉엄하게 판단한다. 후세는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것을 주시한다. <76쪽>

『나는 대한민국 역사다』
최성철 지음│책읽는귀족 펴냄│384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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