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순천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고전문학은 어렵다’는 편견이 작품에 대한 ‘규범적인 해석’을 중시하는 소위 ‘닫혀진’ 해석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전문학의 대중화 작업을 하는 고전문학 연구자로서 고전문학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이 책은 특히 조선시대 시조문학을 중심으로 다룬다. 저자는 시조 또한 당대의 ‘노래’였다고 말한다. 딱딱하기만 했던 시조는 저자에 의해 듣는 이의 감정을 고양하고 삶의 생동감을 불러일으키며 가슴 속에 쌓인 시름을 푸는 ‘노래’로 변모한다. 이 ‘노래’는 또한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조선시대 사회의 ‘조감도’가 된다.
도산서원이 걸립되기 전, 이황이 후학을 양성했던 도산서당의 풍경을 그렸다. 그림속에서 이황은 완락재에 정좌한 모습이다. “연하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아/태평성대에 병으로 늙어가네/이 중에 바라는 일은 허물이나 없고져” (이황의 「도산십이곡」 中) “허물이나 없고져” 한다는 종장의 진술에서는 고결한 도학자(도덕에 관한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인 이황이 지닌 수양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88~92쪽>
결혼을 하기 위해 신부 집으로 향하는 신랑 행렬을 그렸다. ‘부부유별’이란 전통 시대의 윤리를 대표하는 오륜(五倫)의 한 덕목으로, 남편과 아내는 부부로서 살아가는 데 서로 분별함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 몸 둘로 나눠 부부를 삼기실사/있을 제 함께 늙고 죽으면 한데 간다/어디서 망녕엣 것이 눈 흘기려 하는고.” (정철의 「훈민가」 中) 「훈민가」에는 작품의 주제를 나타내는 별도의 소제목이 붙어 있는데, 앞의 작품은 ‘부부유은’(夫婦有恩)이다. 부부사이에도 서로의 은혜를 잘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부부유별’(夫婦有別)의 다른 표현이다. <120~123쪽>
“다나 쓰나 이 탁주 좋고 대테 메온 질병들이 더욱 좋아/어른자 박구기를 둥지둥둥 띄워 두고/아이야 절이김칠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채유후)
막걸리는 ‘술 빛깔이 흐리고 탁하다’는 의미에서 탁배기, ‘술 빛깔이 우유처럼 희다’는 뜻에서 백주, 그리고 ‘농사일에 널리 쓰이는 술’이라고 해 농주라고 하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
김용찬 지음│한티재 펴냄│412쪽│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