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댄스곡이 어울리지?” 음원차트에 ‘우울한 노래’만 가득한 이유
“여름엔 댄스곡이 어울리지?” 음원차트에 ‘우울한 노래’만 가득한 이유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8.0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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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사이트 '멜론' 2019년 7월과 6월 음원 순위 [사진= 멜론]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나가는 계절 속에 내 마음은/변하지 않는단 걸 아나요/(중략)/슬픈 밤이 오면 내가 그대를 지켜줄게/내 마음 들려오나요/잊지 말아요” (태연 ‘그대라는 시’)

“그리워서 한 잔/생각나서 한 잔/내 눈물 섞어 한 잔/우리 옛 추억에 취해/독한 네 사랑에 취해/너의 전화번홀 누르게 돼” (장혜진·윤민수 ‘술이 문제야’)

“헤어져줘서 고마워/나는 헤어진 게 아니야/정말 헤어져서 고마워/네 마음은 진심이 아니야”(벤 ‘헤어져줘서 고마워’)

“그때의 우리 사랑/뜨겁고 치열했는데/끝나고 보니 남는 건 미움뿐/몇 번의 계절을 더 보내야 괜찮아질까” (송하예 ‘니 소식’)

올해 6월과 7월 국내 음원사이트 ‘멜론’ ‘벅스’ ‘지니’ ‘네이버뮤직’ 등에서 꾸준히 차트 5위 내외를 차지한 노래들이다. 대개 6월부터 8월까지는 뜨거운 모래사장과 파라솔, 시원한 파도가 생각나는 노래들이 유행하기 마련인데, 이번 여름은 왠지 우울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쿨’이나 ‘시스타’ 같은 가수들의 노래가 듣고 싶다는 게시글이 종종 올라오기도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듣는 노래는 기분을 착 가라앉히는 슬픈 음악이다.     

지난해 여름 유행했던 노래들을 살펴보면 그 차이는 극명하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지난해 6월 1위를 차지한 노래는 ‘볼빨간 사춘기’의 ‘여행’이었다. “저 오늘 떠나요 공항으로”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지금이 바로 ‘여름’이라고 외친다. 래퍼 ‘로꼬’와 그룹 ‘마마무’의 ‘화사’가 함께한 노래 ‘주지마’도 같은 달 차트 5위에 오르며 유행했다. “위험해 아슬아슬해”로 시작하는 이 노래에서는 경쾌한 리듬 위로 두 남녀가 술잔을 부딪치며 뜨겁게 ‘썸’을 탄다. “엉덩이 흔들어봐/빙글뱅글 뱅뱅 빙글뱅글” AOA의   ‘빙글뱅글’도 차트 7위에 오르며 사람들의 몸을 들썩이게 했다. 

음원사이트 '멜론' 2018년 7월과 6월 음원 순위 [사진= 멜론]

지난해 7월에 나온 노래들은 뜨거워진 음원차트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6월에 유행한 노래들이 인기를 유지하는 한편, ‘트와이스’는 “파도소리를 틀고 춤을 추는 이 순간/이 느낌 정말 딱야/바다야 우리와 같이 놀아”로 시작하는 축제 분위기의 노래 ‘Dance The Night Away’로 2위를 차지했고, ‘블랙핑크’는 강렬한 분위기의 ‘뚜두뚜두’와 ‘Forever Young’을 각각 1위와 5위에 올려놨다. ‘마마무’의 정열적인 라틴레게 곡 ‘너나 해’와 흥 넘치는 ‘모모랜드’의 ‘BAAM’도 이 시기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올해 6월과 7월의 차트 상위권은 제목만 봐도 슬프다.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임재현) ‘너에게 못했던 내 마지막 말은’(다비치) ‘솔직하게 말해서 나’(김나영)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잔나비) ‘술이 문제야’ (장혜진·윤민수) ‘Goodbye’(박효신) ‘니 소식’ (송하예) ‘사랑이 식었다고 말해도 돼’ (먼데이 키즈) ‘그때가 좋았어’(케이시) ‘헤어져줘서 고마워’() ‘내 맘을 볼 수 있나요’(헤이즈)…. 여름과 어울리는 곡은 손에 꼽는다. 가수 청하의 ‘Snapping’과 이하이의 ‘누구 없소’ 정도가 그나마 계절과 어울리지만, 이 두 곡마저도 ‘밝은’ 곡은 아니다. 

올여름 음원차트는 어째서 이렇게 음울해졌을까. 김동주·임권묵 안양대 교수는 논문 「상황정보에 따르는 감정상태를 이용한 음악추천방법」(2015)에서 “장기간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관심사에 따라 선택되는 영화나 책, 뉴스 기사 등과 같은 대상과는 달리 음악은 장기간의 개인적 취향뿐만 아니라 단기적 심리 속성이라 할 수 있는 감정상태에 따라 선택되는 특성을 지닌다”며 “즉, 즐거울 때 듣고 싶은 음악은 차분할 때 듣고 싶은 음악과 다를 것이고, 화났거나 상기됐을 때 듣고 싶은 음악은 온화한 상태에서 듣고 싶은 음악과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교수는 “그리고 이러한 감정 상태에서 듣고 싶은 음악의 선택은 개인 취향에 따라 장기적으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즉, 어떤 사람의 음악 선택에는 그 사람의 감정상태가 반영된다는 것이다. 

두 교수들의 말이 맞는다면, 지금의 ‘우울한’ 음원차트는 음악을 듣는 이들의 감정이 적어도 지난여름보다는 우울하다는 것의 방증일 수 있다. 특히 멜론 등 음원사이트의 주 이용층인 2030세대의 감정상태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청년실업률 통계 등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우리나라 청년의 감정상태를 어쩌면 음원차트가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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