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새우깡 먹으려면 '깡' 필요하다?… "플라스틱 새우깡 누가 먹나"
농심 새우깡 먹으려면 '깡' 필요하다?… "플라스틱 새우깡 누가 먹나"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8.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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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새우깡 홈페이지]
[사진=새우깡 홈페이지]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먹어봤을 과자 새우깡.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란 CM송으로도 유명한 48년 장수 브랜드 새우깡이 난데없이 해양쓰레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은 최근 새우깡 제조사인 농심이 국내산 꽃새우에 다량의 이물질이 함유됐다는 이유로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간 농심은 매년 6~8월이면 군산 앞바다에서 잡은 꽃새우 300톤가량을 구매해 왔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 등과 같은 이물질이 다량 검출되면서 5년 전부터 꽃새우 50%가량을 미국산으로 대체했다.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올해 국내산 꽃새우 구매를 중지하고 미국산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농심 측은 “8년 전부터 (국내산 꽃새우에서 ) 이물질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어민의 경우 저인망식 어업으로 꽃새우를 채취하기 때문에 바다 밑에 깔린 폐기물 등이 어망에 섞여 들어가는 사례가 많지만, 미국은 중간 수심에서 그물을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꽃새우를 낚아 상대적으로 원물 상태가 깨끗하다”고 설명했다.

농심의 꽃새우 매입 중단 결정에 군산 지역 꽃새우잡이 어민은 날벼락을 맞았다. 지역 꽃새우 수확량의 70%를 구매하는 큰 손이 사라지자 꽃새우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정재훈 군산연안조망협회 회장은 “한 상자(15kg )에 9만원까지 갔던 꽃새우 위탁판매 가격이 농심 구매 중단 결정 후 최근 2만7,000~2만8,000원까지 떨어졌다”며 “3만원 밑으로 내려가면 조업을 나가도 타산이 안 맞는다. 군산에 꽃새우잡이 배가 60척 정도 있는데 가격 폭락 후 조업을 거의 중단했다”고 전했다.

일부 어민은 “농심이 저렴한 미국산 원료를 들여오기 위해 이물질을 문제 삼는 것 아니냐. 꽃새우는 수심 20m 이상의 깨끗한 물에 사는 습성이 있어 원물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잡은 새우는 수작업으로 이물질을 거르고 세척해서 수협에 넘긴다. 이 과정에서 90% 이상 (이물질을 ) 거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농심은 “미국산이라 해도 가격은 10% 안팎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며 애초부터 가격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양측 갈등은 지자체와 국회의원이 중재에 나서면서 일단락 됐다. 전라북도와, 군산시, 군산에 지역구를 둔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설득에 나서면서 농심이 기존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농심 측은 “국내산 꽃새우 품질이 개선된다면 외국산에 전량 의존하지 않겠다”며 “품질 관리 이슈 등에 대한 추후 상황에 따라 매입량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농심과 어민 간 갈등은 잠정적으로 봉합된 모양새지만, 이번엔 소비자 불신이 문제로 떠올랐다. 새우깡 원재료에 미세 플라스틱이 다량 함유됐고, 제조사가 거르다 못해 다른 구매처를 찾아 나선 상황이 별다른 대책 없이 봉합되면서 제품위생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누리꾼은 “새우깡 먹기 찝찝해지네” “플라스틱 새우깡이라니. 안 사먹어야겠다”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된 새우깡은 절대 사 먹지 않겠습니다” “국내산은 플라스틱 새우깡이라고 밝혔는데 어떻게 사먹냐? 안 먹으련다” 등의 댓글을 쏟아냈다. 또 “기업이 값싸고 품질 좋은 원료로 제품 만들어 판매하는 게 잘못인가” “이러다 새우깡에서 이물질 나오면 농심이 다 덮어쓰는 건가” 등의 내용도 있었다.

우리나라 연간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15만톤에 달하고 그중 군산의 해양쓰레기는 4,000톤가량으로 추산된다. 군산시에 따르면 한해 해양쓰레기 처리비용만 16억원에 달한다.

마케팅 전략가 김훈철 (주)매드21 대표는 책 『롱런 마케팅』에서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지만 새우깡에는 새우가 있다. 새우깡의 가장 큰 장수비결은 좋은 원료와 정성, 신뢰감”이라며 “새우깡이 젊은 세대와 구세대 모두에게 인기를 누려온 것은 튀지 않는 맛과 바삭한 질감을 유지하면서 무리하게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만큼 자기에게 익숙한 어떤 것이 계속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 욕구를 새우깡이 만족시켜준 것”이라고 말한다.

좋은 원료를 바탕으로 무리한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서 누적 판매량 약 80억 봉의 인기를 누려온 새우깡. 깨끗한 원료를 사용하자니 군산어민 경제를 혼란케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계속 사용하자니 소비자 불만을 외면해야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다.

군산시 해양쓰레기와 관련해 한해 쓰레기 처리비용만 16억원, 새우깡 원재료 납품 중지와 같은 부차적인 피해액을 합치면 ‘플라스틱의 역습’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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