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색의 소주, 김창업의 초장, 어의의 요리책… 음식으로 잇는 조선시대
[리뷰] 이색의 소주, 김창업의 초장, 어의의 요리책… 음식으로 잇는 조선시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8.01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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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프랑스 법률가 장 앙텔므 브리야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며 개인의 음식 경험과 취향을 통해 그의 삶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을 문화와 인문학, 역사학의 시선으로 해서가고 연구하는 음식인문학자 주영하는 이 책에서 조선의 미식가 15인이 쓴 음식에 관한 글을 통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밝히고, 조선시대 실재했던 ‘음식의 역사’에 접근한다.

1부에서는 음식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한 조선의 지식인 이색, 김창업 등을 다룬다. 이색의 한시에서 “반잘 술 겨우 넘기자마자 훈기가 뼛속까지 퍼지니”라고 표현된 소주는 비록 새 왕조 개창에 반대한 인물이었지만 이성계가 친구로 여기고 정도전마저도 대학자로 받든 이색의 목을 타고 넘어가 먼 과거 아랍상인들의 소주 증류법에까지 닿는다. 

“죽통 한 마디를 둘로 잘라, 각각에 초장을 넣은 뒤, 모두 입구를 막고 다시 전과 같이 합쳐서, 종이로 바깥을 발라 바람이 들어가지 않게 했다. 마침내 꺼내 보니 맛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북경까지 연행을 떠난 김창업은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에 고추장을 가져가듯 초장을 싸간다. 그가 쓴 여행기에는 초장의 맛이 변하지 않게 하는 그만의 비법과 함께 연행 중 접했던 수많은 음식들이 길과 함께 녹아있다.     

2부에서는 여느 지식인과 달리 음식 자체만을 다룬 글을 쓴 허균과 김려, 이옥을 살핀다. 산나물과 매운 음식을 좋아했던 이옥, 박물학적 관심에서 『우해이어보』를 집필했지만 글에서 식욕을 감출 수 없었던 김려, 석이버섯으로 만든 떡을 좋아해 그 요리법을 책에 기록한 허균은 ‘식욕’이라는 전 인류의 공통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3부에서는 각각 세조와 숙종의 어의로서 요리책을 쓴 전순의와 이시필을 통해 음식과 건강, 장수를 연결했던 과거의 생각들을 살필 수 있다. 『승정원일기』를 통해서는 조선시대 왕 중에서 가장 장수한 영조의 음식 경험과 취향을 확인할 수 있다. 

4부에서는 스스로 군자임을 자임했던 김유와 조극선, 이덕무가 남긴 글을 통해 시골 선비의 제사와 식생활을 알려준다. 마지막 5부에서는 사대부 여성으로서 한글로 요리책을 쓴 장계향과 빙허각 이씨, 여강 이씨를 다룬다. 

『조선의 미식가들』
주영하 지음│휴머니스트 펴냄│352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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