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빨리 읽고(속독) 많이 읽어서(다독) 되도록이면 많은 정보를 취득하는 수단이었던 책은 안타깝게도 영상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똑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책 대신 영상을 본다. 그러나 여전히 ‘깊은 사색의 도구’로써의 책은 영상이 대체할 수 없다.
이 책은 2020년부터 초·중·고등학교 전 학년 국어 교과서에 ‘한 학기 한 권 읽기’라는 단원이 생기는 시점에서 좋은 책을 고르고, 잘 읽는 ‘온작품 읽기’ 방법을 제시한다. 아동문학평론가, 초등학교 교사, 어린이도서연구회 활동가들로 구성된 필자들은 1부 이론, 2부와 3부 실천, 4부 주제별 도서목록으로 나누어 ‘온작품 읽기’를 설명한다.
우리 아동문학에 크게 부족한 것이 바로 낮은 연령대부터 즐길 수 있는 장편 판타지다.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모험』, 라이먼 프랭크바움의 『오즈의 마법사』, 셀마 라게를뢰프의 『닐스의 신기한 모험』처럼 낯선 세계로 여행하는 모험 서사,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루이스 새커의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처럼 뒤죽박죽 기발한 상상력을 보이는 판타지에 어린이는 환호한다. 저학년에겐 조금씩 나눠 읽어주기에 좋고, 고학년에겐 혼자 읽어 보기를 권할 만한 종류다. <27~28쪽>
고학년이 되면 나이에 걸맞게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진다. 현실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며, 마법의 선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이는 기존 질서에 대한 책임이 없거니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더 많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지는 않더라도 자신과 세상을 더 낫게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은 역시 소중하다. 고학년은 현실을 도전 과제로 여기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돼 있다. 까닭 없이 허무맹랑한 이야기에는 만족하지 않는다. 배 아픈데 빨간약 발라 주는 식의 해결은 더 이상 치유책이 될 수 없음을 안다. <28쪽>
미디어에서는 끊임없이 4차 산업혁명을 말하지만 어른들은 그 일을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로 여긴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이 미래의 신호는 상상의 끝에 반드시 다다르게 될 가까운 문제이며 이미 겪고 있는 변화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대한 동화들은 고전적인 몸과 마음에 대한 규정이 첨단 과학의 개입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를 묻는다. <65쪽>
『나의 교육 고전 읽기』
원종찬 외 11명 지음│창비 펴냄│312쪽│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