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매서웠던 지난해보다 올해 ‘불쾌지수’ 더 높은 이유
폭염 매서웠던 지난해보다 올해 ‘불쾌지수’ 더 높은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7.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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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땀이 뚝뚝 떨어지고 숨쉬기조차 힘겨운 여름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불쾌감’을 전한다. 30도에 달하는 무더위는 건장한 남성을 기진맥진하게 만들고, 여성들의 화장을 흘러내리게 한다. 또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들에게는 건강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자리한다. 여름철 무더위는 불쾌하고 무섭기까지 해,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존재다. 거기에 장마철 높은 습도까지 더해지면 정말이지 딱히 괴롭힘을 당하거나, 힘든 일을 겪지 않아도, 날씨 자체만으로 몹시 괴로운 날을 맞이하게 된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불쾌지수가 높아져 괴로운 날을 보내는 요즘,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청량감 넘치는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으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사람들의 열을 돋우는 일이 한 가득이다.

먼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열원의 중심에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자리한다. 이번 사태가 과거 한국민의 노동력을 헐값에 착취했던 일본 전범기업에 합당한 배·보상을 명령한 대법원의 판결에서 기인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일본 정부는 태연하게 ‘징용배상 판결이 원인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 전략물자 관리체계가 부실해 우리나라를 통해 북한에 전략물자가 흘러 들어간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해당 주장은 타당한 근거 없는 억측일 뿐, 오히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일본의 전략물자가 이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는 명분 없는 꼬투리 잡기로 비치는 모양새다. 불분명한 명분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선 일본에 한국민의 분노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3일에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면서 우리 공군이 경고 사격에 나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러시아 A-50기 한 대는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7분간 침범했다. 해당 사건으로 주한 러시아 차석 무관이 초치됐고, 청와대는 무관의 발언을 빌어 “러시아 정부가 유감을 표명했으며, (침범은) 기기 오작동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5시간 뒤인 오후 4시께 러시아는 주한 러시아 한국 대사관에 서한을 전달하며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군 조종사가 러시아 군용기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오후 6시께 러시아 정부는 현지 언론을 통해 “한국 정부에 사과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영공 침범의 증거가 명확함에도 이를 부인하는 러시아의 태도에 한국민의 화는 솟구쳤다. 더욱이 소련은(러시아 전신) 1983년 사할린 상공을 비행 중이던 대한항공 민항기를 격추해 탑승자 269명의 희생자를 만들고, “영공 침공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한 바 있어 이번 사건은 한국을 우습게 본 처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KDIZ를 침범한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제 보복으로 고리가 느슨해진 한미일 협력에 대한 일종의 시험이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중재할 수 있는 존재로 주목받는 미국의 태도 역시 한국민의 열을 돋운다. 동북아시아 최우방국인 한국과 일본의 ‘충돌’에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게 (한일 갈등에) 관여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바라건대 그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한일) 양쪽이 모두 원한다면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후 지난 24일 방한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한일 중재보다는 미국의 ‘요구 거리’만 내놓고 돌아갔다. 당국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은 이란과의 갈등 해결을 위해 이란 인근 호르무즈 해협 호위에 한국군을 파병해줄 것과 미군의 한국 주둔에 드는 한국 측 방위비 인상을 요구했다. 갈등이 격화하는 시점에서 미국이 내민 청구서를 선뜻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갈등을 이용해 ‘이해득실’만 따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시민 작가는 책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국가는 선이나 정의, 덕을 실현할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생존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국가가 만든 법은 선이나 정의 같은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강자의 이익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며, ‘법은 큰 고기만 빠져나가는 촘촘한 그물’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관점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명분 없는 경제 보복 성격이 다분함에도 강자란 이유로 일본의 ‘한국 때리기’가 국제사회에서 용인되지 않을지,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분노하고 있다.

100여 년 전 힘이 없어 식민 지배당해야 했던 대한민국. 한 세기 만에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변모했지만, 강자(강대국)의 이익 추구 앞에 명분과 정의로 맞서기에는 아직도 힘이 달리는 모습이다. 일본의 명분 없는 ‘한국 때리기’에 “100년 전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고 열불을 토해내는 국민.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덥고 불쾌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 그런 분노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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