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 번쩍 서에 번쩍” 우리공화당 ‘천막 게릴라전’을 이해하는 방법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우리공화당 ‘천막 게릴라전’을 이해하는 방법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7.19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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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인근 서울파이낸스센터(SFC) 빌딩 앞에 우리공화당의 천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무릎을 꿇느니 서서 죽는 것을 택하겠다.” 숱한 게릴라전을 승리로 이끈 아르헨티나 출생의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는 이와 같은 명언을 남겼다. 죽음으로라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집념이 담긴 말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게릴라전’이라는 말이 들린다. 그리고 이 ‘게릴라전’에는 ‘천막’이라는 단어가 붙고, 이 ‘천막’ 안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현 정권의 퇴진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광화문과 청계광장 인근에 불법천막 설치와 철거를 반복해 온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이 19일 오전 2시 30분께 청계광장 인근 서울파이낸스센터(SFC) 빌딩 앞에 또다시 천막을 설치했다. 지난 16일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에 앞서 천막을 자진 철거한 지 불과 사흘만이다. 

이들의 천막이 광화문광장에 처음 세워진 날은 지난 5월 10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숨진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서울시 측에 우리공화당의 고성과 폭언, 시비 등을 처리해달라는 민원 200여건이 접수됐다. 이에 서울시는 우리공화당 측에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냈고, 지난달 25일 행정대집행에 나서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우리공화당은 같은 날 오후 천막을 더 큰 규모로 다시 설치했다. 

이후 우리공화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일정에 맞춰 경호에 협조하겠다며 천막을 자진 철거해 청계광장 쪽으로 옮기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 틈을 타 천막이 있던 자리에 화분 수십개를 광장에 배치했으나, 지난 6일 우리공화당은 보란 듯이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재설치했다. 지난 16일에는 서울시가 천막을 철거하기 위한 ‘2차 행정대집행’에 나서기 앞서 우리공화당 당원과 지지자 1000여명(우리공화당 추산)이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천막 4개 동을 오전 5시께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옮겨 설치했다. 

서울시는 우리공화당 측에 불법 점유로 인해 발생한 모든 비용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광화문광장 일대에 직원 30여명과 용역업체 소속 직원 100여명을 동원해 광화문광장을 지키고 있다. 반면,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조만간 광화문 광장에 천막 8동을 칠 것”이라며 “텐트 8동을 철거할 경우 그다음엔 텐트 160동을 세워서 맞서겠다”고 공언했고, 홍문종 공동대표 역시 “광화문광장은 우리 땅이며, 광화문광장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등 맞서고 있다. 이 와중에 세종문화회관 앞에 있던 천막이 19일 다시 청계광장 인근으로 옮겨진 것이다.   

일련의 ‘천막 게릴라전’ 사태를 지켜보는 일부 국민들은 의아함을 표한다. 특히 젊은 층에서 이들의 게릴라전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탄핵당한 대통령과 미국을 전적으로 칭송하며 현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는 이유를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 분열을 유발하는 천막을 철거해달라는 청원 게시글이 자주 올라와 수천명의 동의를 얻는다. 과거 체 게바라의 게릴라전이 쿠바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미국 자본과 독재정권에 맞섰다면 오늘날 ‘게릴라전’은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비난을 감수하며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3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우리공화당의 제133차 태극기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강사 최태성은 책 『역사의 쓸모』에서 “그들이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할 때, 혹은 미국 국기를 들고 흔들며 친미 구호를 외칠 때, 일부 젊은 사람들은 경악한다. 그런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박정희라는 지도자와 미국이라는 우방은 소위 ‘빨갱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주는 절대적인 존재로 인식됐다. 이 두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계에 자신도 속해 있던 것”이라며 “그런데 젊은 세대가 박정희 대통령을 부정하고 우방국 미국도 부정한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분들은 ‘우리가 어떻게 일으킨 나라인데!’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특정 대통령이 아니라 사실은 자기의 삶이 통째로 부정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하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세월, 내가 쏟아부은 노력, 그리고 그것으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나’라는 존재가 너무나 억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심리학자 한민은 책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의 ‘그것이 알고 싶다, 성조기를 든 진짜 이유’라는 글에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개발독재시대를 거치며 많은 한국인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 것은 ‘경제’와 ‘발전’, ‘선진화’와 ‘안보’ 등 이었다”며 “그 시대를 살아온 분들에게 박근혜는 한 사람의 정치인이 아니다. 당신들이 옳다고 믿고 살아온 세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민은 “그분들 처지에서는 지금 그 세계가 무너지는 순간인 것”이라며 “그리고 그분들의 무의식에서 이런 무질서를 바로잡아 줄 단 하나의 질서는 바로 ‘미국’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은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영향을 받는다”며 “그분들 마음속에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 제일의 나라이자 신을 대리하는 절대적 권위를 지닌 나라다. 지금의 혼돈을 단숨에 바로잡아 줄 힘이 있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최태성은 “역사를 공부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내 옆에 있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며 “‘왜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걸까? 독재 정권으로 돌아가자는 거야?’라고 단정하기 전에 그들이 살아온 삶의 시간을 상상해보고 이해한다면 세대 갈등이 갈등을 넘어 혐오로 번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공화당이 불법적으로 천막을 친 것은 물론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비난이 혐오로까지 번지는 상황은 ‘이해’를 통해 막아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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