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스토텔레스적 또는 미식적(美飾的)이라고 부르던 종래의 연극이 아르토의 발밑에서 깊은 수렁을 이루었다. 근대 연극의 전통적 주류였던 사실주의적 연극이 도도하던 흐름을 멈추고 새로운 지류를 내주기 시작했다. 그 새로운 흐름이 초현실주의 연극, 표현주의 연극, 부조리 연극, 시적 연극, 제의적 연극 등으로 불리는 일련의 현대극을 이룬다. 아르토의 힘은 해프닝과 전위극에도 계속해 미치고 있다. 이는 그가 현대극의 예언자적 존재라는 증거다. 아르토가 쓴 ≪연극과 그 이중≫은 연극인들에게는 하나의 성경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그로토프스키는 “우리는 지금 막 아르토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고 예고하기도 하고, 수전 손택은 서구 연극의 흐름을 “아르토 이전과 이후”로 나누기도 한다. 이 책은 명실상부한 아르토 전문가인 저자가 30년 동안 연구한 아르토와 그의 연극이론을 엮었다. 부록으로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사극’을 ‘잔혹연극’과 비교하는 글을 덧붙였다. 브레히트는 아르토와 더불어 현대연극을 떠받들고 있는 독창적인 존재다. 두 사람의 연극관과 추구점, 연출 기법이 신기할 정도로 상반되어 있어, 보다 더 잘 알려진 브레히트를 디딤돌로 아르토를 이해하기 편하도록 돕고자 했다. 이성과 논리로 접근되는 브레히트를 경험하고 나면, 비로소 아르토가 지닌 비이성과 비논리를 보는 시선이 생기기 때문이다.
■ 아르토와 잔혹연극
한무 지음│지만지드라마 펴냄│834쪽│34,800원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