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쇄신’ 동부그룹→DB그룹, 김준기 전 회장 ‘성범죄자’ 이미지는 그대로?
‘이미지 쇄신’ 동부그룹→DB그룹, 김준기 전 회장 ‘성범죄자’ 이미지는 그대로?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7.1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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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17년 9월 사명을 ‘DB그룹’으로 변경한 동부그룹. 사명 변경은 2014년 유동성 위기로 ‘동부’ 상표권을 소유한 동부건설을 매각하면서 더는 ‘동부’ 상표권을 사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지만, 재계 사정에 어두운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같은 달 터진 김준기 전 회장의 여비서 성추행 사건이 사명 변경의 주된 원인으로 여겨졌다. DB그룹 측은 “구조조정 이후 기업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그룹 이름을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일부 대중의 눈에는 그룹 오너로 인해 더해진 성범죄 그룹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조치로 비쳐졌다.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김 전 회장. 지난 16일에는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1월 추가 피소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여비서 성추행 사건 전인 2016년에 발생했다. 자신을 피해자의 자녀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김 전 회장은 (남양주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어머니를 ) 추행하며 수위를 더해 거듭하다 차마 제 손으로 적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며 “범행은 그 후로도 수회를 거듭해 일어났고,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어머니가 ) 김 전 회장의 언행들을 녹음하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녹음파일에는 “나이 먹고 더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지. 가만히 있어” 등의 김 전 회장 목소리가 담겼다. 또 청원인은 “김 전 회장은 ‘유부녀들이 제일 원하는 게 뭔지 알아? 강간당하는 걸 제일 원해’라는 사회지도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여성관을 담은 말을 했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이 사실이라면 김 전 회장은 여성을 성적 도구로 인식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에 대해 작가 이인은 책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에서 “남자들은 여성의 저항에 맞닥뜨릴 때 자기 행동에 문제의식을 갖기보다는 더 큰 흥분을 느낀다. (하지만 ) 성욕만으로는 성폭행이 설명될 수 없다. 성폭행은 본성보다는 문화의 산물”이라며 “성범죄는 권력과 결부되기 때문에 우리는 권력을 지닌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기보다는 진실을 은폐하면서 성범죄를 방치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부터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머물며 성범죄 관련 수사를 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두 건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 경찰은 기소 중지(피의자 소재불명 등의 이유로 수사가 불가능할 때 수사를 일시 중지하는 것 )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를 통해 적색수배를 내렸지만, 언제 귀국해 수사 받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 전 회장 측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 성폭행 사실이 없음에도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민형사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가사 도우미는 ) 각서를 쓰고 돈까지 받아갔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 측도 함구대가로 2,2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피해 여성은 “총 2,200만원을 받았다. 다만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건) 목숨을 걸고 아니다. (성폭행 폭로가 합의금을 더 받기 위한 목적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 나는 무조건 (김 전 회장의 ) 구속이다. 돈도 필요 없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 측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면서도, 김 전 회장의 구속을 고수하는 피해 여성 A씨에게 합의를 종용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김 전 회장 측이 A씨에게 보낸 편지에는 “회장님께서 판사와 검사가 의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줄 수 있는 한 다 주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 변호사가 공탁금 걸고 무고와 손해배상으로 고소하면 아줌마는 돈 주고 변호사를 써야 한다”며 “만일 회장님이 유죄가 된다고 해도 아줌마 수입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은 1,000만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사실이라면 돈을 앞세워 합의를 종용했다는 혐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재계 43위 DB 그룹의 김 전 회장이 왜 하필 가사 도우미 여성과 부도덕한 관계를 맺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오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그럴 분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미국 샌디에이고 성범죄 전담 검사 웬디 L 패트릭은 책 『친밀한 범죄자』에서 “사람의 속내는 읽기가 어렵다. 말쑥한 차림으로 부서진 후미등을 확인하려고 차를 세운 메르세데스 벤츠 운전자의 음주 정도는 맥도날드 자동차 주문 창구에서 잠들어 버린 트럭 운전사의 음주 정도보다 알기 힘들다. 하물며 사람의 속내를 읽기란 음주량을 가늠하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렵다”며 “겉모습이 근사하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관과 도덕관도 훌륭하리라는 법은 없다”고 말한다.

김 전 회장이 기업을 이끌며 이윤을 창출하는데 뛰어날 순 있어도 번 돈을 올바로 사용하는 가치관의 바른 정립과 훌륭한 도덕관을 지녔는지는 모를 일이다. 연달아 터진 두건의 성범죄 의혹이 그런 의심을 더욱 짙게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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