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서서히 인간을 장악하는 인공지능 “인간은 어떻게 주도권을 쥘 것인가”
[책 속 명문장] 서서히 인간을 장악하는 인공지능 “인간은 어떻게 주도권을 쥘 것인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7.17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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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런 발명품을 한 꺼풀 벗기면, 언제나 알고리즘이 나온다. 오늘날 기계 시대를 움직이는 엔진과 톱니바퀴는 코드라는 보이지 않는 부품인 알고리즘이다. 이제 알고리즘은 소셜 미디어부터 검색엔진, 위성 항법, 음악 추천에 이르는 모든 시스템을 세상에 제공하고, 다리와 건물, 공장 같은 현대의 기반 시설에서도 어느 때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병원과 법원, 자동차 분야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고, 경찰서와 슈퍼마켓, 영화 촬영소에서도 이용된다.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파악해, 무엇을 볼지 무엇을 읽을지 누구와 데이트할지도 알려준다. 그러는 사이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힘을 얻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와 관련한 규칙을 서서히 미묘하게 바꾼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갈수록 많이 의지하면서도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다양한 알고리즘을 알아보려고 한다. 알고리즘이 주장하는 기능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알고리즘이 지닌 은밀한 힘을 살펴보며, 알고리즘이 제기했으나 아직 풀지 못한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려 한다. 경찰이 체포할 용의자를 결정할 때 쓰는 알고리즘에서는 범죄 피해자와 결백한 피고인 중 누구를 보호할지 고민할 것이다. 판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의 형량을 결정할 때 쓰는 알고리즘에서는 사법 제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느냐는 물음을 다룰 것이다. 무인자동차를 움직이는 알고리즘에서는 도덕률을 어떻게 결정할지를 고민할 것이다. 또 의사가 자신이 내린 진단을 뒤집는 데 쓰는 알고리즘, 인간의 감정 표현을 가늠하는 알고리즘, 민주주의의 기반을 해칠 알고리즘을 살펴볼 것이다. 

그렇다고 알고리즘이 본질적으로 나쁘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앞으로 펼쳐질 세상을 긍정적으로 낙관할 이유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사물이나 알고리즘도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하지는 않은 법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이다. 

GPS는 핵미사일을 발사할 용도로 개발됐지만, 이제는 피자 배달에 이용된다. 음악 반복 재생 기능은 고문 도구로도 악용된다. 아무리 예쁘게 만든 꽃목걸이일지라도, 내가 정말 그럴 마음만 있다면 남의 목을 조를 수 있다. 그러므로 알고리즘을 바라보는 견해를 정립한다는 것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이해한다는 뜻이다. 모든 알고리즘 하나하나가 그것을 구축하고 이용하는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연결돼 있다. 

이것은 이 책의 핵심 주제가 인간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개념이 기술 때문에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다룬다. 이미 이 세상에 등장해서 우리 옆에서 인간의 역량을 키우고 실수를 바로잡으며 문제를 해결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는 알고리즘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살펴본다. 

또한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알고리즘으로 얻는 이익이 해로움보다 큰가 하는 물음을 다룬다. 자신의 판단보다 기계를 더 신뢰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 기계에 통제권을 맡기고 싶은 유혹을 떨쳐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아본다. 알고리즘을 파헤쳐 한계를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고 인간을 날카롭게 응시해 인간의 한계를 찾아내는 과정을 다룬다. 우리가 얻을 이익과 해악을 구분해 어떤 세상에서 살지를 결정하는 내용을 살펴본다. (중략) 미래란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15~17쪽>

『안녕, 인간』
해나 프라이 지음│김정아 옮김│와이즈베리 펴냄│352쪽│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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