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인가 짜깁기인가” 고영성·신영준 『일취월장』 논란 공론화
“에디톨로지인가 짜깁기인가” 고영성·신영준 『일취월장』 논란 공론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7.15 14: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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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책 『에디톨로지』에서 “창조는 편집”이라며 “에디톨로지는 그저 섞는 게 아니다. 그럴듯하게 짜깁기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편집의 단위’(unit of editing) ‘편집의 차원’(level of editing)이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인식의 패러다임 구성 과정에 관한 설명”이라고 말했다. 비록 김 교수가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며 창조에 있어서 편집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편집’에는 늘 저작권법이 얽혀있기 마련이다.      

지난달 SNS상에서 시작된 ‘에디톨로지 vs 짜깁기’ 논란이 지상파 방송사 등을 통해 공론화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책 『완벽한 공부법』(2017), 『일취월장』(2017), 『부모공부』(2016)의 저자 고영성·신영준 작가와 장한별 변호사가 있다. 장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영성·신영준 작가의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제기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장 변호사는 지난달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고영성·신영준씨가 공저한 『완벽한 공부법』의 구성은 시중의 괜찮은 교양서적들의 내용을 따서 붙이고, 거기에 자신들의 경험과 의견을 챕터 말미에 덧붙이는 형식이었다”며 “참고문헌만 252건이 넘는다. 물론 출처는 제대로 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나 버거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마케팅학 교수의 책 『컨테이저스 : 전략적 입소문』의) 무려 97페이지를 『일취월장』 중 12페이지(313~317, 324~330페이지)에 걸쳐 인용했다”며 “『컨테이저스 : 전략적 입소문』 본문 분량의 28.7%다. 책 내용 중 4분의 1 이상을 자기 책에 따온 셈”이라며 관련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일로 올렸다. 

지난달 22일 장한별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전체공개로 올린 '일취월장 베끼기 사례'라는 제목의 문서 캡처. 해당 문서는 103페이지 분량이다. [사진= 페이스북] 

인용한 모든 서적의 이름과 페이지를 책 본문과 참고문헌란에 표기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표절은 아니지만, 저작권법 위반의 여지가 있다. 저작권법 제35조의3(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따르면 ▲이용의 목적 및 성격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장 변호사는 “자기 책을 많이 팔기 위해(영리추구), 원저작물의 25%가량을 자신의 책 (313~317p, 324~330p까지) 12페이지에 걸쳐(비중과 중요성) 인용하면서 원서의 사례들을 일부 한국적 맥락으로 바꿔서 활용하고 있다”며 “내가 『컨테이저스 : 전략적 입소문』을 출판한 문학동네의 고문변호사라면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이를 안 받아들이면 소를 제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저작물을 과도하게 이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는 의견이 갈린다. 비록 원저작물의 25% 가량을 인용했지만, 인용한 내용 중 일부 연구결과나 실험결과, 통계 등은 『컨테이저스 : 전략적 입소문』 역시 다른 곳에서 인용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다한 이용’에 대한 국내 판례가 거의 없어 인용 비중을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컨테이저스 : 전략적 입소문』과 『난센스』 등을 출간한 문학동네 관계자는 지난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과다한 인용 때문만은 아니다. 인용의 목적 및 성격,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등에서 ‘정당한 인용’으로 볼 수 없어 저작권 침해로 보고, 저자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인용의 비중보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가 저작권법 위반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인용의 ‘정당한 범위’는 인용저작물의 표현 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돼 인용저작물에 대해 부종적성질을 가지는 관계(즉,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3.02.15. 선고 2011도5835 판결)

고영성 작가는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에 “참고문헌의 내용을 저자가 창작한 논리의 큰 틀을 전개하는데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는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적었고, 신영준 작가는 지난달 21일 역시 페이스북에 “저희 책에 관련하여 법으로 저작권 침해가 판결이 난다면 그에 상응하는 ‘기부’가 아닌 합당한 ‘배상’을 하고 독자와 관련 출판사에 사과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영성·신영준 작가가 속한 ‘로크미디어’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두 작가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외의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고영성·신영준 작가의 책이 에디톨로지인지 짜깁기인지는 추후 소송 결과에 따라 밝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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