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로마 '젤라또', 그리스 '스불라키', 터키 '커피'… 유시민의 유럽 여행기
[포토인북] 로마 '젤라또', 그리스 '스불라키', 터키 '커피'… 유시민의 유럽 여행기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7.10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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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1』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아테네, 플라카지구, 로마의 포로 로마노, 이스탄불 골든 혼, 파리 라탱지구, 빈의 제체시온, 부다페스트 언드라시 거리, 이르쿠츠크 데카브리스트의 집, 이런 곳에 가고 싶었다. 다른 대륙에도 관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스무 살 무렵부터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든 곳은 주로 유럽의 도시들이었다. 그곳 사람들이 훌륭한 사회를 만들어 좋은 삶을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 유시민 작가는 이런 이유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네 도시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각 도시의 건축물과 거리, 광장, 박물관과 예술품에 얽힌 지식과 정보를 저자의 목소리로 풀어냈다. 

[사진=생각의 길]
포크 수블라키와 구운 칼라마리(오징어). [사진=도서출판 생각의 길]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리스 음식으로는 '스불라키'가 있다. 나무 꼬치에 끼워 구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토막을 둥글고 납작한 피타 빵, 감자튀김, 샐러드와 함께 먹는 꼬치구이다. 저자는 "이 꼬치구이는 이름만 다를 뿐 터키의 케밥과 같다"며 "터키에서는 불에 구운 것은 무엇이든 케밥이라고 하는 반면, 아테네에서는 다진 고기로 만든 '떡갈비 꼬치구이'만 케밥이라고 하고 나머지는 모두 스블라키라고 한다"고 설명한다. 

[사진=생각의길]
고물상의 야적장 같은 포로 로마노. [사진=도서출판 생각의 길]

"포로 로마노 구경은 폐허 산책과 비슷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로 집터가 축구장 만했다는 '막센티우스 바실리카'는 커다란 아치형 천장만 남아있는데, 그마저도 천장을 덮었던 도금 타일은 성당 지붕 건축자재로 뜯겨나갔다. 불의 여신을 모신 '베스타 신전'은 돋보이게 아름다웠다지만 기둥 몇 개와 벽채 일부만 남았고, 서고트족이 파괴한 공공건물 '에밀리아의 바실리카'는 불탄 흔적만 남았다. 농사의 신을 모신 '사투르누스 신전', 법원이 있던 '바실리카 율리아', '카이사르 신전', 제우스신의 쌍둥이 자녀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모신 신전도 모두 무너졌다. 참고로 젤라또와 관련해서 저자는 "판테온 앞에 맛있는 젤라또 카페가 있다는 소문은 무시하는 게 좋다. 젤라또는 로마 어디서 먹어도 다 맛이 좋았다. 판테온 근처 젤라또 카페 주변을 서성이며 빈자리 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로마 여행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미련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피오리 광장의 조르다노 브루노. [사진=생각의 길]
피오리 광장의 조르다노 브루노. [사진=도서출판 생각의 길]

로마 피오리 광장에는 조르다노 브루노의 동상이 사람들을 내려보고 있다. 브루노는 가톨릭 사제였지만 정통신학을 의심한다는 혐의로 이십대에 도망자가 됐다. 가톨릭의 박해를 피해 간 제네바에서도 칼뱅주의자들에게 이단으로 몰려 죽을 뻔 했고, 이후 유럽 여러 도시를 망명자로 떠돌았다. 그러던 중 베네치아에서 붙잡혀 로마 교황청 종교재판소로 이송돼 7년간 재판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철학과 과학 이론을 통째로 부정하라는 교황청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과학이 신과 창조에 관한 교황청의 신학적 입장과 공존할 수 있다는 주장을 고수했고 결국 1600년 2월 17일 피오리 광장에서 화형당했다. 

터키식 커피. [사진=생각의 길]
터키식 커피. [사진=도서출판 생각의 길]

"터키 커피의 명성은 허명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터키식 커피는 숯불을 담은 화덕에 끓인다. 아기 분유보다 곱게 간 원두를 물이 든 주전자에 넣고 화덕에 올린다. 그리고는 주전자를 화덕 위에서 올렸다 내렸다 하며 거품을 가라앉힌다. 8리라짜리 '터키식 커피 더블'을 주문한 저자. 싱글의 세 배 되는 양의 커피가 도자기 잔에 담겨 나왔다. 저자는 "향이 좋았고 맑은 맛이 났다. 혀에 커피 분말이 느껴지는데도 느낌이 깔끔했다"며 "맛이 어땠는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아, 이래서 터키 커피, 터키 커피 하는구나"라고 했다. 다 마시고 난 잔에는 진흙처럼 가라앉은 커피 가루가 잔의 1/3을 채우고 있었다.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펴냄│324쪽│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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