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홍보’ 혜리, “블락비 비범은? 무한도전은?”… ‘도덕 코르셋’ 논란 진행 중
‘쇼핑몰 홍보’ 혜리, “블락비 비범은? 무한도전은?”… ‘도덕 코르셋’ 논란 진행 중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7.10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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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 [사진= 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방송에서 자신이 투자한 쇼핑몰을 홍보한 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를 향한 비난 여론에 ‘여성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남성 연예인들의 방송 홍보는 이렇게까지 비난 여론이 일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회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가혹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의미로 ‘도덕 코르셋’이라는 단어가 대두되고 있다.   

지난 6일 방영한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에 출연한 혜리는 퀴즈를 맞춰 제작진으로부터 ‘클로즈업’과 ‘자막을 넣어준다’는 즉석 제의를 받았다. 이에 혜리는 카메라가 자신을 클로즈업한 상태에서 메모지에 ‘아마레또’라는 단어를 적어 카메라에 비췄다. 제작진은 ‘아마레또’의 마지막 글자인 ‘또’를 모자이크해 방송에 내보냈다. 

패널들이 ‘아마레또’의 의미를 궁금해하자 MC 신동엽은 “(혜리) 동생 쇼핑몰 이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코미디언 박나래가 “이건 너무 PPL(간접광고) 아니냐”라고 말했고 혜리는 “제가 투자를 해서 그렇다”고 답했다.  

해당 방송이 전파를 탄 후 ‘아마레또’라는 검색어가 네이버 등 각종 포털의 실시간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혜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실검이라니. 축하축하. 내 동생”이라는 글이 담긴 이미지를 올렸다.  

그러나 혜리와 ‘놀라운 토요일’ 제작진은 곧 사과해야 했다. 인지도 높은 예능 프로그램에 홍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쓰는 업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혜리 소속사 ‘크리에이티브그룹ING’는 8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6일 방송된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에서 혜리의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던 점 사과드린다”며 “방송의 재미를 위해 했던 말이지만 그로 인해 논란과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인지하고 반성하며 이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놀라운 토요일’ 제작진도 이날 시청자 게시판에 “지난 방송에서 불편을 느끼셨을 시청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말을 전한다. 앞으로 제작에 더 신중하고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그룹 '블락비' 멤버 비범이 출연한 tvN 예능 '놀라운 토요일'이 전파를 탄 후 인터넷 메체에 게재된 기사 제목 [사진= 인터넷 매체 캡처]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9일에는 ‘혜리와 제작진을 비난하는 여론’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남성 연예인들과 비교해 혜리가 받는 비난이 가혹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룹 ‘블락비’의 멤버 ‘비범’은 지난 4월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인적으로 열심히 커피를 만들다가 앨범 준비를 하고 있다. 카페를 운영 중이다. 커피를 좋아한다.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매출이 감소했다”고 말했으나 논란이 되지 않았다. 해당 방송에서 비범 역시 혜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든 모습이 클로즈업됐었다. 이 방송에서 신동엽은 “문제 맞히는 것보다 카페 수입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혜리와 비슷한 사건이었지만 비난 여론은커녕 언론에서도 “블락비 비범, 카페 홍보… 위치는?” “무자비(비범이 운영하는 카페 이름), 비범 카페 홍보에 ‘열일’”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낼뿐이었다.    

일부 네티즌은 혜리가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보다 더욱 가혹한 비난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을 일컫는 단어인 ‘도덕 코르셋’이 트위터에서 실시간 인기 트렌드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도덕 코르셋’이란 여성을 억압하는 일체를 상징하는 ‘코르셋’에 ‘도덕’이 붙어서 ‘남성보다 여성에게 도덕적으로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며 억압한다’는 의미다. ‘도덕 코르셋’이라는 말에 동조하는 이들은 그동안 방송에서 남성 연예인이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는 행위가 여성보다 많았지만 별 논란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례로 한때 최고 인기 예능이었던 무한도전이 멤버 박명수의 가발 프렌차이즈 업체를, 하하의 곱창집을, 정형돈의 돈가스 가게를 직간접적으로 비춘 적이 있지만 이처럼 논란이 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혜리 문제로 촉발된 여성에 대한 ‘도덕 코르셋’ 논의는 SNS에서 더욱 확장되며 전개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남성 아이돌은 욕하는 장면을 모은 영상집까지 있는 반면, 여성 아이돌은 ‘씨’라는 말만 해도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른다” “여자는 너무 착하다. 착하도록 교육받았고 착하게 길러졌다. 여성인권이 너무 낮다. 스스로를 검열하려 들지 마라”는 등 ‘여성에게 가해지는 도덕적인 잣대를 낮춰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하고 있다. 

미국의 여성운동가 캐서린 메이어는 책 『이퀄리아』에서 2008년 IMF 총제 크리스틴 리가르드가 “만일 리먼브러더스가 리먼시스터스였다면, 오늘날의 경제위기는 분명 완연히 다른 양상을 보였을 것”이라고 한 것을 언급하며 “여성들은 여성의 특징에 관한 일방적인 추측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은연중에 ‘여성들은 남성보다 훨씬 도덕적이어야 해’라고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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