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당신도 우울하십니까
[칼럼] 당신도 우울하십니까
  • 독서신문
  • 승인 2019.07.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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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명동 담뱃가게 아저씨.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킨 담뱃가게는 그의 생계 전부를 책임졌고 아들딸 대학까지 보내준 유일한 소득원이었다. 이제 자리를 내놓아야 할 것 같다. 벌이가 영 신통찮다. 하루하루가 답답하다. 명동 일대를 지나는 사람들이 날로 줄면서 폐업을 해야 할 지경이다. 폐업하면 막막하다, 벌어놓은 건 별로 없고 할 일은 마땅찮고, 우울하다.

인천 철공소 사장 김씨. 직원 8명 데리고 하던 철공소는 일감이 계속 줄더니 최저임금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완전 그로기 상태다. 이미 3명을 내보냈지만 나머지도 위태롭다. 그들과 한 달에 서너차례 만들었던 술자리는 이제 더 이상 만들기 어렵고 나누는 이야기는 걱정 반 불평불만 반이다. 김 사장은 자신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이 위안은커녕 더욱 힘들게 한다. 다 같이 힘드니 주변에 그를 도울 사람은 없다. 이러한 동반 침체가 그를 우울하게 만든다.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라는 현충일 추념사는 순국선열의 후손들을 아연 분노케 했다. 언젠가는 김일성도 항일투사로 인정하고 한반도 독립영웅으로 칭송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은 어떤 이들의 표현을 빌면 ‘치가 떨릴 노릇’이다. 일반 국민은 분노도 잊었다. 그저 기분이 영 이상하다. 김원봉 생각만 하면 기운이 빠진다. 이게 우울 아닐까.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에 임명될 수도 있는 개각 얘기가 나오고 있다. 거듭된 인사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자로 총선을 10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기에 총선과 무관하다면 궤변이다. 그를 내쳐야 한다고 많은 언론과 정치권의 지적이 있었지만 ‘불통’이다. 지적하고 호소하기도 지쳤다. 체념이다. 말 없음은 언어의 우울이다.

경기 불황은 새삼 설명할 것도 없다. 수출도 줄고 있으니 대한민국호의 앞날이 걱정이고 각종 경제지표의 암울함은 국민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일본은 반도체 일부 부품을 한국에 공급하지 않겠다고 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초비상이다. 이는 한국 전체 비상이거늘 정부 대응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한일관계 최악의 국면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큰데 그 피해가 외교를 넘어 경제로 급속 번지고 있는 마당에 정부는 한 일이 없다. 그저 ‘예의주시’뿐이었다. 경제인들은 ‘불통’의 소산이라 한다. 이런저런 공식 비공식 호소는 들어주는 이 없는 공허한 메아리만 남겼을 뿐이다.

원로들과 대화에서의 불통은 원로들의 체념을 낳고 경제인들과 만남에서의 불통은 재계의 체념을 낳는다. 체념은 공감대를 얻으며 집단화하고 냉소를 얻는다. 냉소는 기쁠 수 없다. 우울하다.

문제는 불황과 불통에서 멈추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념을 엔진 삼아 비핵화 김정은 등을 조수석에 앉히고 달리는 열차의 형국이 바로 지금 대한민국 모습이기에 아찔하다. 그래서 과장되고 오해 살 대목은 있지만 한 목회자는 ‘폭주 기관차의 핸들을 뺏어야 한다’는 독일 신학자 본 회퍼의 심정을 말했던 건 아닐까. 그러나 많은 이들은 이미 막을 수 없는 기관차라고 체념한다. 바로잡을 수 없는 것을 알기에 우울하다.

김제동의 강연료 1,550만원을 바라보는 법학박사 시간강사의 우울함은 누가 짐작이나 할까. 법학 근처에도 못 가본 채 헌법을 운운하며 받는 자신 연봉도 넘는 강사료 1,550만원은 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기에 우울하다. 일반 국민은 그렇게 주는 지자체가 있어 우울하고 그 지자체장이 특정 당 소속이기에 체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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