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내 폭행, 남편 ‘욕’하고 끝?... “대안이 없다”
베트남 아내 폭행, 남편 ‘욕’하고 끝?... “대안이 없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7.08 1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SNS]
[사진=SNS]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베트남 국적의 아내 B씨를 두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구타하는 남편 A씨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공개된 동영상 속에는 A씨가 “밥하지 말라고 했잖아. 치킨 와. 치킨 먹으라고 했지. (밥 )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음식 만들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라며 여성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 담겼다. 엄마 곁에는 “엄마, 엄마”를 외치며 두려움에 떨며 울부짖는 두 살배기 아이의 모습도 보인다. 지난 4일 밤 9시께 전남 영암에서 발생한 일이다.

해당 일로 특수상해 및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된 A(36)씨는 평소 아내 B씨가 한국어를 쓰지 않고 베트남어를 사용한 데 강한 불만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범행 당일 법무부 출입국 사무소를 찾아 업무를 보던 중 B씨가 베트남인 지인을 만나 베트남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화가 난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온 A씨는 소주 세 병을 마신 후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런 식의 폭력은 상습적으로 이뤄졌으며, 이번에도 폭력의 기미를 느낀 B씨가 휴대전화를 이용해 남편의 폭력 장면을 촬영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경찰에 체포된 A씨는 “죄송하다”면서도 “(아내와 ) 언어가 달라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 그것 때문에 (악 )감정이 많이 쌓였다.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해명해 공분을 자아냈다. 베트남 현지 언론도 이번 사건을 대서특필했고, 해당 기사에는 “모든 한국인이 박항서처럼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영상 속 여성이 ‘오빠’라고 말한 것에 기인해 ) ‘오빠’는 한국 아이돌 그룹 같은 줄 알았는데, 저게 오빠의 본모습”이라는 내용의 댓글이 다수 올라왔다.

사태가 크게 번지면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8일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과 가진 ‘한-베트남 치안총수회담’에서 “베트남 이주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사건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철저한 수사와 함께 피해자를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폭행 남성을 ) 아내 폭행, 아동 학대까지 가중 처벌해 중형에 처해야 한다”며 “폭력 남편과 같은 한국인이라는 점이 부끄럽다. 박항서 감독이 어렵게 쌓은 베트남과의 관계를 망칠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터넷 등에서도 온통 남성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그런 가운데 이번 사건을 통해 이주민 여성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누군가의 옳지 않은 행동에 우리 사회의 책임을 배제하고 개인만을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 석학 한스 로슬링은 책 『팩트풀니스』에서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비난할 사람을 찾기보다 시스템을 봐야 한다. 개인을 비난하다 보면 다른 이유에 주목하지 못해 앞으로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힘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생기면 비난할 개인이나 집단을 찾지 마라. 그 상황을 초래한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라”라고 충고한 바 있다. 개인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기보다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한 사회 구조적 환경에 집중하고 대책을 찾으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 같은 일의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사회 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왕지연 한국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 이주민 여성의 경우 이런 일을 겪어도 신고하는 방법을 모르고, 또 신고해봤자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벌금형은 가해자에게 내려지지만, 이혼하지 않는 한 벌금은 가정의 돈으로 내야하기 때문에 ) 신고를 철회하는 경우도 많고, 2차·3차 피해가 두려워 신고 못 하는 경우도 많다. 또 국적(2년 이상 체류해야 귀화 가능 )이나 체류권을 갖지 않은 여성의 경우 이혼 과정에서 양육권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 때문에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이런 일을 막을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저희(이주민 여성 )를 동정하는 것보다는 이주 여성 남편들에게 인권 교육, 가정 폭력 방지 교육 등 제대로 된 법적인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결혼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에 건너온 외국 여성의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포용력은 약한 편이다. 최근 덕담을 건넨다며 이주민 가족 2세를 ‘잡종’으로 지칭한 어느 정치인의 발언에서도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난다. 가정 폭력 가해자를 비난하고 피해자를 동정하는 근시안적 감정표출보다 냉철한 마음으로 근원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