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병 말고 ‘건강’을 겨냥하라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책 속 명문장] 병 말고 ‘건강’을 겨냥하라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7.0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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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몇 해 전 소화기내과 선생님과 장 건강에 대해 토의하다가 대장 내시경 후에 프로바이오틱스를 넣어주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다. 당시 나는 흔히 유익균이라 얘기하는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내시경을 하는 동안 장은 비워질 것이고 그 와중에 장에 사는 세균의 양도 대폭 감소할 터라, 내시경을 할 때 좋은 균을 넣어주면 좋을 것이라는 발상이었다. 내 말을 들은 소화내과 선생님은 내시경을 하는 동안 혹시 용종 같은 게 있는지 살펴보는 데만 관심을 뒀지, 환자의 장 건강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겸연쩍은 듯 웃었다. (중략)

내가 만나본 의료인 중에 환자의 건강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의료인들이 배우는 것도, 수련하는 것도, 하루 종일 하는 일도 병을 고치는 일이다. 갈수록 커지는 대형 병원들의 암센터를 포함해 수많은 병원들이 하는 일은 건강보다는 병을 겨냥한다. 그것이 경쟁이 심해지는 의료시장에서 병원이 수입을 올리는 길이고, 병원에서 매출이라는 표현이 쓰인 지도 오래됐다. 어찌 보면 건강보험공단이 책정하는 ‘질병치료 서비스 가격’을 정점으로 해서 구조화되는 한국의 의료체계 탓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질병을 치료해야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라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을 만큼 육체와 정신이 온전하고 사회적 관계가 준비돼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더구나 수명이 점차 길어져 노령화 시대에 들어선 오늘날에는 죽는 날까지 병원이 아닌 자기 공간에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며 건강하게 지내고 싶은 욕구가 커지고 있는데, 이런 욕구는 병이 없거나 병원을 찾지 않은 상태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특히 수많은 약과 병원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처럼 퍼져가는 비만, 당뇨, 정신질환 같은 현대병들은 건강에 대해 좀 더 포괄적으로 고민하게 만든다. 

나는 이 책에서 병이 아닌 건강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병을 언급해야 하는 경우도 피부상처나 변비, 감기, 잇몸병처럼 가벼운 병, 혹은 평소 약보다 음식과 생활습관으로 관리해야 하는 비만, 당뇨 고혈압 등만 얘기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주로 접하는 것이고, 건강한 내가 경험했던 것이며, 미생물의 관점으로 보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그런 문제를 잘 다뤄야 더 심각한 문제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고, 더 심각한 문제는 내 개인의 능력과 관심 영역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에서는 평소에 건강에 신경을 써서 병까지 가지 말자는 얘기를 그간의 진료 경험과 최신의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리고 내 몸을 소재로 삼아 해보려 한다. <4~6쪽>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
김혜성 지음│파라사이언스 펴냄│240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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