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1.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나의 퇴사여정기」로 '브런치북 특별상'을 수상한 정혜윤 작가의 여행기다.
다섯 번의 퇴사 경험부터 스타트업 기업 문화, 디지털 노마드 삶, 실리콘밸리의 내로라하는 기업 본사 탐방, 버닝맨에서 겪은 특별한 일화까지 '퇴사'와 '여행'으로 만난 다양한 사람 삶의 방식이 담겼다.
야쿠시마는 원시림이 있는 일본의 작은 섬이다. 지도에 온통 초록색으로 표시되는 울창한 원시림은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아 시끌벅적한 세상과 동떨어진 그곳에서 저자는 2주처럼 느껴지는 4일을 보냈다. 야쿠시마의 나무는 잘 썩지 않는다. 수천 년 전에 쓰러진 나무도, 기둥이 잘려버린 나무도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쓰러진 나무는 이끼로 뒤덮이고, 그 위에 새싹이 자라는데, 이전 목숨은 죽었지만 더 작은 식물에게 삶의 터전이 돼주는 모습은 신비롭고, 묘하게 감동적이다.
흥이 많아 음악에 몸을 자주 맡긴다면 치앙마이에서 열리는 '오픈 잼 세션'을 추천한다. 매주 화요일 밤 노스게이트 재즈 바에서는 방문객들의 즉석 공연이 펼쳐진다. 종이에 이름과 다룰 수 있는 악기를 적으면 바 주인이 한 명씩 무대 앞으로 불러내 이색 순간을 연출한다. 저자가 "화요일 밤은 무조건 노스게이트다"라고 할 정도다. 어느 날은 8살, 11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 형제 뮤지션이 지미 핸드릭스의 '퍼플 헤이즈'를 홀린 듯 연주해냈다. 꼬마 드러머와 기타리스트의 연주에 사람들은 환호했고, 이어지는 방문객의 즉석공연에 막판에는 모두가 일어나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신들의 섬이라 불리는 발리는 저자가 예정보다 3일을 늘려 총 8일을 머물 정도로 멋진 곳이다. 발리는 어딜가나 신성한 느낌이 가득해 저자는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발리에는 계단식 논이 유명한데 저나는 "사람들이 붐비는 '뜨갈랄랑'보다 '자띨루위'가 더 좋았다"고 전한다. 자띨루위에는 끝이 안보이는 계단식 논이 펼쳐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포르투갈은 축복받은 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가는 곳 모두가 아름다워 저자는 "포르투에서는 길을 잃자. 어느 골목이나 아름다우니까"라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와인을 좋아한다면 포르투가 제격이다.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와이너리의 풍경과 유명하고 달달한 포트와인을 눈과 입으로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와인을 열 잔쯤 마시고 해롱해롱 웃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퇴사는 여행』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펴냄│360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