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보복에 유일한 대처법은 ‘불매운동’?… ABC마트·무인양품·유니클로 등 ‘불매’ 확산
日경제보복에 유일한 대처법은 ‘불매운동’?… ABC마트·무인양품·유니클로 등 ‘불매’ 확산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7.04 09: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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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부터 SNS에서 공유되고 있는 사진들 [사진= 트위터, 페이스북]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연비가 나쁜 4륜구동 승용차를 사는 것은 기후 변화에 대한 투표행위다. 커피나 차, 아침식사용 시리얼, 빵이나 비닐봉지를 사는 사소한 구매도 무언가를 위한 투표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식품을 사는 것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공정무역은 인권을 위한 투표가 된다.” (영국의 월간지 <에티컬 컨슈머>에 실린 글)

오늘날 ‘소비’가 일종의 투표행위라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그 표는 ‘일본 제품 불매’를 향해 던져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불매할 일본 제품 리스트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으며, SNS에서도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여행자제 운동은 제2의 독립운동이다.” “ABC 마트, 데상트, 소니, 캐논, 유니클로, 니콘, 무인양품, 기린맥주... 그리고 일본 여행 모두 불매운동해야 한다.” “도요타, 렉서스, 닛산, 혼다, 미쯔비시... 일본에 당한 치욕, 일본 차 이래도 타실 겁니까?”

이번 불매운동은 일본의 경제 제재에 대한 반발이다.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겨냥해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하고, 스마트폰과 TV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해당 품목은 우리나라가 거의 전적으로 일본에 의존해 왔으며, 일본 외의 국가에서 수입을 대체할 경우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고 물류비용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수출 규제는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고 판단된다. 비록 일본 정부는 역사 문제와 통상 문제를 명확하게 연결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 올해 5월까지 한일간 교역규모가 9.3% 줄었고, 중간재 교역규모 역시 8.3% 감소했다. 또한, 주(駐)일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답변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대법원 판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일본 내부에서조차 이번 조치가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아사히신문>은 3일 ‘보복을 즉시 철회하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오사카 G20 정상회의의 의장인 일본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이라는 선언을 주도했다. 그리고 이틀 후의 발표에는 다국간 합의를 멋대로 가볍게 여기는 자세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가 배경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대항 조치는 아니라고 하고 있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무역과 관련한 국제적인 논의에서 일본의 신용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한일 양쪽의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텐데도 이런 모순적인 설명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4일 오전 7시께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기사에 달린 댓글 [사진= 다음] 

일본의 의도가 어쨌든, 이번 무역 규제에 사실상 유일한 대응방법이 불매운동이라는 말이 나온다. WTO에 제소해도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 2년 이상이 소요되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수출을 제재해 봐야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일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으로 수출하는 제품 중에 우리가 수출을 줄이는 등 일본과 마찬가지의 대응을 할 경우에 일본이 대응이 쉽지 않은 품목들은 없습니까?”라는 질문에 “(과거 중국이 미국에 수출제재 의사를 밝혔던) 희토류 같은 결정적인 품목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우리가 일본으로 수출하는 철강, 석유화학제품, 반도체 등 제품 대부분이 일본에 치열한 경쟁을 거쳐서 수출하는 품목이며, 일본기업이 우리(기업)보다 기술 우위에 있어서 (그런 대응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무역분쟁은 양국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게임이기 때문에 일본도 상당히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일본 기업 역시 우리나라 외에 마땅한 수요처를 찾기 어려운 품목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역시 지난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인적으로는 일본도 한국이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이미 짐작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거기에 맞춰서 불필요한 제재 조치라든지 대응 조치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 것이 아니고 시민단체가 나서는 게 좋다”며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서) 불매운동한다든지 하면 일본 정부도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기자 출신 작가 박지희와 김유진은 책 『윤리적 소비』에서 “지금은 흔히 말하는 소비자 주권의 시대”라며 “내가 쓰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에 평소 생각한 사회적 가치를 담는다면 소비는 당당한 사회적 표현이 된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기업의 이미지가 중요한 요즘, 한 기업의 활동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 하는 문제는 생존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주권’이라는 표현이 일본에 무역 제재를 당하고 있는 지금 만큼 어울리는 때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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