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 찾아왔던 일본 정부... ‘경제 보복’ 나선 아베 속셈은?
‘희생양’ 찾아왔던 일본 정부... ‘경제 보복’ 나선 아베 속셈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7.03 12: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1592년(임진년 ) 4월 14일 병선 700여 척에 나눠 탄 왜군 1만8,700명을 시작으로 총 20여만명의 왜군이 조선을 침략하며 발발한 임진왜란. 명나라 토벌을 위해 길을 내달라는 명분으로 쳐들어온 왜군은 한 달 만에 한양을 점령하면서 조선 땅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1590년 일본을 통일한 후 다이묘(지방 유지 )의 반란을 막고 전후 토지 분배에서 소외된 하급 무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로 인해 조선은 전 국토가 초토화되고,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피해를 입었다. 결과적으로 일본 국내 정치에 조선이 희생된 결과를 낳았다.

이런 모습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1923년 일본 관동지역에서 규모 7.9~8.4의 강진이 4~10분 지속되면서 24만명의 행방불명자가 발생한 상황. 극도로 혼란을 겪는 중에 “조선인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타고 일본인을 습격한다”는 유언비어가 신문에 보도되면서 일본인 자경단(자율 방범단 )에 의해 6,000명가량의 조선인이 살해된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 폭동’이 허구임을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허위사실을 확대 유포하면서 성난 민심의 분노가 조선인에게 향하도록 한 것이다. 이근호 박사는 책 『이야기로 엮은 한국사 세계사 비교연표』에서 “(일본 정부는 ) 관동 대지진으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자, 조선인 폭동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일본 내 민심을 수습하려 했다. 일본 각지에서 죽창과 몽둥이로 무장한 자경단이 수많은 조선인을 무참히 학살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관동대지진을 경험한 한 일본인 할머니는 책 『일본에게 절대 당하지 마라』에서 “조선인들을 너무 심하게 괴롭혔어. 아무 죄도 없는 조선인의 머리에 못을 박아 죽이는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봤으니까”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런 일본이 지난 1일 한국에 대한 경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스마트폰과 TV 등 액정화면 제작에 쓰이는 투명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기판 제작에 필요한 레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고순도 불화수소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국가 간 분쟁이 총과 칼에 의한 대립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경제전으로 변모했다는 점에서 선전포고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해당 부품의 규제는 곧 부품 수급 다각화로 인한 한국기업의 탈(脫)일본을 불러와 자국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규제에 나선 까닭은 오는 21일 참의원(參議院·상원 )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전범기업이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구실로 한·일 강등을 쟁점화해 자민당에 유리한 선거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하락세(지난달 24일 기준 전달보다 6%p 하락/NHK )를 보이는데, 노후 연금 부족, 트럼프 대통령의 미·일 안보조약 불신, 러·일 평화조약교섭 교착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자신을 향한 내부 불만을 대외(한국 )로 돌리면서 지지율 하락의 위기를 돌파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세계적인 통계학 석학 한스 로슬링은 『팩트풀니스』에서 “우리는 비난할 사람을 찾는 본능이 있지만, 거울을 들여다보려고는 하지 않는다”며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중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대법원의 징용피해 배상 판결에 경제 규제로 맞선 아베 총리가 주목하는 것은 과거 전범기업에서 징용당한 피해자들의 아픔일까?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일까?

과거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로 중국이 전자제품의 주요 원료인 희토류의 대일 판매를 금지하자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 )에 제소했던 일본. 이번 경제 규제에 따른 한국의 WTO 제소 방침에는 “(전범기업에 대한 배상 판결에 따른 ) 대응 조치가 아니다. 국가와 국가의 신뢰 관계로 행해 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며 “일본의 모든 조치는 WTO와 정합적이다. 자유무역과 관계가 없다”고 해명하는 모습이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과거 일본의 만행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