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돈 없이 누리며 사는 법… 『무전 경제 선언』
[리뷰] 돈 없이 누리며 사는 법… 『무전 경제 선언』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7.02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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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돈은 최선의 종이요, 최악의 주인이다." 근대 철학의 시작을 알린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엄청난 힘이다. 돈만 있으면 먹고, 마시고, 자고, 교류하고, 여행하는 등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일상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 힘든 일, 하기 싫은 일을 돈으로 사람을 고용해 대신하게 하고 자신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돈 벌기에 열중한다. 인생 최대 목표가 '돈을 버는 것'인 사람들이 많다. 큰 돈을 벌기 위해 대기업에 들어가려 혈안이고, 안전하고 고정적인 수익원을 좇아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다만 그런 추세가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비교에 따른 열등감을 키우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혹시 돈이 없어도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에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격으로 '공유 경제' 움직임이 부각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대중교통수단을 제시한 '우버'와 숙박 공유라는 신개념 숙박 서비스를 선보인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전 세계적으로 자전거나 의류 등 유형 제품뿐 아니라 노동력, 데이터 지식 등 무형 품목까지 전방위적 공유 경제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에어비엔비의 경우 임대를 위해 일부러 건물을 매입하고, 우버의 경우 남는 좌석을 공유한다기 보다는 사실상 택시나 다름 없다는 점에서 공유 경제의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저자는 부의 증식이 아닌 모두가 함께 공생하는 경제활동의 해답으로 '무전 경제'를 제시한다. 무전 경제란 최소한의 돈으로 삶을 영위하는 것으로 불용품(사용하지 않는 물건) 나눔 장터나 사이트 활용하기, 기부를 통한 나눔 활동, 상호 부조를 통한 도움 주기, 국가에서 시행하는 공공 서비스 활용하기 등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그중 '0엔 숍'은 무전 경제에 큰 힘이 되는 존재다. 일본 도쿄 구니타치 시에서는 매달 두 번째 일요일 오후 '구니타치 0엔 숍'이 열린다. 역 근처에서 안 쓰는 물건을 자유롭게 주고 받으며 무전 경제가 일어난다. 중고품 가게에 팔아도 돈이 되지 않는 물건이 대부분인데, 그래도 어떤 물건이든 필요한 사람은 있는 법. 0엔 숍은 긍정적인 교류를 일으키며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일을 도와주고 숙식을 제공받는 상호 부조도 유행하고 있다. 유기농 농장에서 일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유명 노동 교환 네트워크 '우프'(WWOOF)를 통하면 원하는 시기에 시골에 가서 농사를 돕거나 농한기에는 개 산책이나 잡초를 뽑으며 며칠간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시골체험을 하고 올 수도 있다. 우프 이용료는 첫해 5,500엔(5만8,000원 가량)이며 해마다 낮아진다. 우프는 한국에도 지부를 갖고 있다. 농장에 국한되지 않는 노동 교환 사이트로는 '워크어웨이'(Workawayer) '헬프엑스'(HelpX)등이 있다. 숙박 시설이나 일반 가정에서 취사, 청소, 아이 보기, 정원 손실 등 다양한 업무가 가능하다. 일본 우프의 경우 하루 6시간, 주 6일 노동이 가능하다. '워크어웨이'는 하루 5시간, 주5일이 기본이다. 

이 외에도 도서관에서 신문이나 잡지, DVD 등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 정부가 주관하는 직업 훈련을 받으면서 월 10만엔(약 107만원)의 수당과 교통비를 받는 것, 정부가 운영하는 상담센터에서 무료로 주거, 육아, 복지, 창업, 가정 폭력, 심리 상담 등을 받는 정보가 이 책에 수록됐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책이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한국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유용한 정보로 여겨진다. 

『무전 경제 선언』
쓰루미 와타루 지음 | 유나현 옮김 | 21세기북스 펴냄│30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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